[산업I면톱] 기업 환리스크 줄이기 '비상'..안정예상 빗나가
입력
수정
기업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환율 9백15원선이 깨지면서 환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달러당 9백15원을 정점으로 점차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해온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근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자 새로운 대책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는 환율이 조만간 9백50원선을 돌파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강도높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관련부서에 지시하기도 했다. (주)선경은 무역거래에 따른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모든 거래에 대해 선물환매입 또는 스왑거래(현물환을 매각하고 선물환을 사들이는 것)를 통해 환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이회사는 최근의 금융불안과 증권시장폭락에 비취볼때 환율상승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현업부서에 사내선물환 등을 1백% 이용해줄 것을 지시했다. 삼성물산은 환율속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전스빌(기한부지급)을 통해 이용하던 수입금융을 사이트빌(일람출급, Sight Bill)로 서둘러 바꿨다. 이에따른 원화차입부담이 당장 늘어나고 수입원가가 상승하는데 따른 수지악화가 우려되지만 속수무책인 환율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밖에 올상반기 1백33억원의 환차손을 입은 (주)대우는 외환팀에서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으며 당분간 불요불급한 달러차입을 최대한 줄인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기업들에서는 환율급등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출대금을 무조건 거주자외화예금에 예치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환율급등은 달러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에 수천억원의 환산손을 입히고 있지만 관련기업들은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60억달러 이상의 순달러화 부채를 지닌 한국전력의 경우 환차손규모가 이미 5천억원을 넘어섰으며 대한항공의 경우도 4천억원가량의 환산손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96년말 기준 전체 상장회사(금융기관제외)의 달러화부채는 4백20억달러로 원.달러 환율이 9백20원에 이를 경우 올들어 상장기업들이 입게되는 환손실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연구위원은 "정부가 가능한 범위에서 환율안정에 힘쓰는 한편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덜어주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수출을 할 수 있도록 환위험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