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번트에서 배우는 경영 .. 이종수 <LG산전 사장>

프로야구의 코리안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꼭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국민적 관심과 화제의 대상이 된다. 투수가 뿌리는 공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선수,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관중들이 한데 어우러진 야구장은 막바지로 갈수록 열광의 도가니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면서 응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허탈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바로 보내기 번트의 실패이다. 야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중의 하나인 번트를 실패할 때이다. 귀중한 득점 찬스를 일순에 무산시키면서 급기야 승부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타를 잘 때리고 홈런을 잘 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팀플레이를 위해 희생하는 번트 하나의 중요성도 이에 못지 않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자세로는 우수한 기업이 될 수 없다. 우수한 기업이 되는 데는 기본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원 자신이 먼저 일류가 되어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힘써야 하며,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주어진 책임은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 약속하고 정해놓은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대충대충 하는 모습은 조직의 팀워크를 해치게 된다. 정성들여 만들어 낸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승리를 위해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아름답듯이 기업의 내일을 위해 스스로 열과 성을 다하는 조직원의 모습도 아름답다. 게임의 승리가 팀워크에 있듯이 기업의 비전도 역시 팀워크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번트 하나라도 실패하지 않는 정신,정확하게 번트를 대고 열심히 달리는 선수들에게서 진정한 프로를 보듯이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사원에게서 그 기업의 미래를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