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취업전선] (3) 채용방식 파괴 "더 고달프다".."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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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취업준비생들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경쟁률도 부담스럽지만 개성있고 끼있는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기업들의 다양한 채용방식을 맞추기가 꽤나 힘들어서다. 새로운 채용방식은 정형화되지도 않았고 딱이 정답이랄 것도 없으니 그저 눈딱감고 몸으로 부딪쳐보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다수의 취업준비생은 2중으로 피곤하다고 푸념하고 있다. 사실 올해 기업들의 지원자 평가방법은 기상천외라고 할만한 것들이 많다. 함께 지원한 경쟁자를 평가토록 하는가 하면 불시에 운동을 시키기도 하고 술집에서 면접을 보기도 한다. 옷 입는 매무새를 평가기준으로 하는 회사도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22일 입사원서접수를 마감한 신세계백화점은 "동료평가면접"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10여명이 한조가 돼 1백분가량 집단토론을 벌이도록 한뒤 직장생활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적어내도록 한다. 작년에는 "선동열 투수를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 보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시켰다. 이름이 많이 나온 사람은 당연히 최종심사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동료평가면접을 통과하면 프리젠테이션 면접을 또 해야 한다. 간부사원들 앞에서 제시된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소신과 경험, 끼 등을 총동원해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두산씨그램의 경우도 지원자들의 의표를 찔렀다. 이 회사는 지난주에 서류합격자 50명을 대상으로 불시에 축구.농구중 1종목을 뛰도록 하는 구기테스트를 실시했다. 회사측은 "운동복만 지참토록 고지한 뒤 불시에 운동경기를 시켰다"며 "승부근성, 팀웍, 리더쉽 등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지원자들은 보다 많은 점수를 받기위해 그야말로 온몸을 던져 게임에 임하는 애절한(?)모습을 연출했다. 우방은 술자리 면접이라는 방식을 애용한다. 1차면접이 끝난뒤 서울지사가 위치한 역삼동 근처 한식집과 불고기집에서 현직 부서장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데 그야말로 시험의 연속이다. 자신의 직속 부하직원을 뽑는 부서장들의 예리한 눈길과 술잔을 잘 받아넘겨야 한다. 다음날 오전 사장 면접이 잡혀있어 술마신 뒤의 출근시간 체크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현대상선도 지난달 갈비집에서 식사와 술을 곁들이는 "갈비집면접"를 통해 신입사원의 인격, 태도, 가치관 등을 평가했다. 이랜드는 "캐주얼 면접"을 한다. 정장을 입으면 아무래도 개성을 관찰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캐주얼 복장을 하고 면접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취업준비생인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 4학년 이찬일(28)씨는 "토익 고득점은 이제 기본일 뿐이다. 어학실력에 리더쉽 겸비는 필수고 남과 다른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 취업전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이곳에서 떨어지고 나면 다른 곳에서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입사준비를 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학교에서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에 젖어있던 학생들이 취업때만 되면 기업체들의 다양한 면접방법과 채용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해 하거나 심리적인 부담감에 시달리곤 한다. 미리부터 입사하려는 회사의 취업전형 정보를 파악하고 동료들끼리 상호토론과 리허설면접 등을 통해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