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일본만화영화 안방점령 '초읽기' .. 수익만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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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시리즈가 몰려온다. 극영화 중심의 비디오대여사업을 펼치는 메이저제작사들이 11~12월에 앞다퉈 일본의 아동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시판하는 것. 스타맥스가 "은하철도 999"(60분짜리 4편), SKC가 "호빵맨"(70분 8편),DMV가 "혼의 후예 슈퍼K"(50분짜리 10편)를 11월에 나란히 선보이고, 영성은 12월에 "검용전설 야이바"를 내놓는다. 이들 제작사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타맥스는 신우미디어, SKC는 S미디컴, DMV는 무진영상이라는 판권조달원을 각각 확보한 상태이고 영성은 지난 5월 만화출판부를 설치, 일본 애니메이션 판권을 상당량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비디오시장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것은 91년 대원동화가 내놓은 "드래곤 볼". 70여편이 나온 이 시리즈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나온 히트작으로 "란마 1/2"(92년 대영팬더) "수라왕"(92년 영흥미디어) "바우와우"(93년 영성) "슬램덩크"(96년 대원동화) "소년기사 라무"(97년 판도라미디어) 등이 있다. 이들 작품 대부분은 출판만화의 인기를 업고 나온 것들. 제작사도 출판만화업을 주로 하는 중소업체들이다. 청소년 대상의 출판만화가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바뀌는데는 무리가 많이 따른다. 국내 심의규정상 일본애니메이션의 경우 "연소자관람가"등급을 받아야 국내출시가 가능하고 일본풍에 대해 철저히 규제하므로 많은 부분을 잘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에 남아있는 일본만화 특유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자주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일본애니메이션은 중소제작사의 틈새영역으로 여겨졌고 작품도 이따금 1,2편씩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저제작사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본애니메이션을 들고 나오자 업계에서는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SKC DMV 영성은 주력상품의 뒤떨어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 계획이다. 메이저측은 그동안 껄끄러워 관심을 두지 않아온 일본애니메이션 보급에 나선 이유로 한결같이 변화된 시장상황을 들고 있다. 극영화수요가 정체된데 반해 애니메이션시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 또 브랜드이미지 실추와 까다로운 심의를 감수하고 일본애니메이션에 달려드는 것은 흥행성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풍부하고 판권구입이 쉬울뿐 아니라 가격 또한 극영화보다 아주 싸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히트시리즈를 내놓을 경우 "대박급 영화"몇편의 수익을 능가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메이저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메이저가 내놓을 작품 대다수가 폭력물이라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우수한 애니메이션을 제작 발굴하는 데 힘쓰지 않고 오히려 작은 이익을 노려 말초적 재미로만 가득찬 애니메이션 대량보급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