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혼란] 국내문제 아닌 동남아 영향 .. 전문가 진단

권순우 24일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크게 뛰어오른데는 지금까지의 상황과는 다른 점이 있다. 그동안의 주가와 환율을 변동시킨 요인은 주로 국내문제 였다. 다시말해 한보 기아사태 등 대기업의 부도가 주가와 환율을 움직였다. 그러나 이날 우리나라의 주가하락과 환율상승은 전적으로 홍콩증시의 영향때문이었다. 아시아 증권시장의 영향으로 한국주가와 환율이 춤추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보면 지금까지의 상황보다 더 무섭다고 할 수 있다. 국내문제는 정부의 조치로 제어가 가능하지만 아시아 증권시장의 움직임은우리정부 통제밖에 있기 때문이다. 마치 중남미의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데킬라 효과"를 연상시킨다. 중남미 특정국가의 금융불안으로 외국투자가들이 철수하자 곧바로 그 영향이 인근 국가로 번졌던 것이다. 이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상황을 놓고 당장 남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든가 바트화 폭락으로 야기된 태국의 금융위기를 따를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태국에 유입됐던 외국자본은 투자목적이라기보다 투기목적이었기 때문에 태국시장이 나빠지자 대거 빠져 나간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투기가 원천 봉쇄돼 있는데다 우리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자본은 투자목적이다. 무엇보다 최근 외국자본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를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주식시장에서 이탈, 한국경제 상황를 지켜 보겠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또다시 대형부도가 터져 외국펀드매니저들이 한국시장에서의메리트를 기대할 수 없게 하거나 아시아 전체시장에 대한 투자분을 줄여 한국투자분도 자연히 감소할 경우 주가폭락과 환율급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