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위기경제 삼각파고를 넘자

바야흐로 엄청난 경제위기의 3각파고가 우리경제를 덮치고 있다. 대기업의 연쇄부도로 인한 혼란을 미처 수습하기도 전에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어 걱정이다. 이제 우리는 민-관이 하나가 되어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 매고 눈앞에 닥친 위기극복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의 기아자동차 법정관리 방침발표및 검찰의 비자금 수사유보로 안정을 찾는 듯하던 금융시장은 북상중인 동남아 통화위기의 여파로 주가가 사상 최대로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하룻만에 다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홍콩과 일본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섰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개입의사를 보이고 있어 이번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해보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상황을 경제위기로 보는 까닭은 단순히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우리경제를 밑바닥부터 뒤흔드는 경제위기의 배경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기아사태로 대표되는 부실기업정리및 산업 구조조정이며, 둘째는 동남아 통화위기가 상징하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고, 셋째는 국내 자동차시장개방 등을 비롯해 날로 심해지고 있는 통상마찰이다. 이로 인해 부실채권이 누적되고, 연쇄부도사태가 일어나고 있으며 금융시장은 주가폭락 환율급등 금리불안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국제경쟁력 약화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경상수지적자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시장개방압력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단기적으로 경제안정을 위해노력하는 동시에 근본적인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우선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및 계열사의 제3자 인수,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특융및 부실채권매입, 한전과 포철의 자사주매입, 장기외화자금 유치 등의 단기대책과 함께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부실 금융기관의 통폐합,대대적인 행정규제 철폐 등과 같은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하겠다. 특히 정책당국은 더 이상의 부도를 막고 금리 환율 물가 등의 안정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예로 환율급등으로 인한 수입물가상승이 휘발유값 인상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 이경우 외국자본의 유출이 가속화되고 외환위기의 발생으로 경제안정의 틀이 흔들리기 쉽다. 어차피 단기간에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경제안정을 다지고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꾀해야 하겠다. 이번 동남아 통화위기를 촉발시킨 외국자본의 유출사태는 앞으로 4~5년동안 아시아경제에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을 강요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은 물론 행정부 정치권 일반국민 모두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