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회생 돕겠다고 했는데" .. 김선홍 기아회장 심경

"여야 정치권 모두 기아를 돕겠다고 했다. 느닷없는 법정관리 신청이 안타깝기만 하다" "기아는 경영부실 때문이 아니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일 뿐이다.억울하다. 하지만 스스로 단결해서 살리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이 최근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에서 토로한 말이다. 기아 일반직 사원과 노조로 구성된 범기아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요청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김회장은 그동안 경영층의 대응전략과 함께 지금의 심정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특히 기아가 채권단이나 정부에 너무 왜곡되게 비쳐져 있다고 한탄했다. 김회장은 한 은행장의 경우 "기아는 임원을 선임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협력업체도 노조 동의하에 선정된다는데 맞느냐"는 질문을 해왔다며 이런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자신도 3개의 협력업체를 갖고 있다는 헛소문을 금융권에서 들었다며 씁쓸해 했다. 김회장은 또 "나 자신도 몸이 안좋아 도쿄모터쇼 출장 직전 초음파검사까지받았다"며 "내가 자리에 연연해 하는 것이 아니라 할일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아의 앞날을 결정할 해외사업이 "인큐베이터"속에 있고 모든 절차가 해당국 정상들과의 약속이어서 결코 물러날수 없었다며 모든 일이 해결되면 그때 그만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김회장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참으로 비감한 분위기였다"며 "참석자중 상당수가 눈시울을 붉히며 기아 회생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다졌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