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되살아나는 '12.12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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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와 금융계에 "12.12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투자신탁 은행 보험 등 기관투자가에게 "주식을 사라"는 재정경제원의 강력한 요청이 나오고 있어서다. 아직은 자체자금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재경원의 주문이지만 머지않아 "매수자금을 빌려준다"든지 "발권력을 동원하겠다"는 말도 뒤따를 조짐이다. 주식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며 마지노선인 500선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병세가 어렵다고 해서 약효를 따지지 않고 약을 쓰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 89년말에 전결적으로 이뤄진 "12.12조치"가 대표적인 예다.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했지만 주가는 반짝장세를 나타내다 되밀렸다. 일부 "큰손"들에게 매도기회만 줬을 뿐 한국 대한 국민 등 서울 3대투신사들을 재기불능상태로 몰아넣었다. 재경원의 이번 기관매수독려도 12.12처럼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근 주가하락이 내우보다는 외환불안에서 초래된 외환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원달러환율이 당국의 저지선을 잇따라 무너뜨린채 달러당 9백40원대까지 치솟고 동남아에서 시작된 통화.증시위기가 홍콩과 대만 등으로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주식을 헐값처분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팔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상 아무리 "안정책"을 내놓아도 매도를 늦추지 않는다. 기관과 개인들이 안정책으로 체력을 소모할 때 외국인은 제몫을 챙기고 떠날 것이라는 얘기다. 외국인 매도가 일단락될 때까지는 "인내"로 버티고 그 후에 안정책 등으로 체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급하다고 허둥지둥대는 것보다 돌아서 가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홍찬선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