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날 '재테크'] 티끌모아 태산 "'전략'이 필요하다"

"저축은 미덕".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시대의 화두였다. 알뜰살뜰 아껴써 한푼두푼 모으는 것이 더할나위 없는 보람이었다. 누구나 그랬다. "저축왕"이 각광을 받았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표어가 정겹게 다가왔다. 그런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어느날 갑자기 우리시대의 화두는 달라졌다. 어느새 "소비는 미덕"이라는 풍조가 등장했다. 그것은 곧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급기야는 있는 돈도 모자라 외부에서 빌려 쓰기가 바쁘게 됐다. 신용카드 신용대출 마이너스대출등이 하등 낯설지 않은 단어로 다가왔다. 이런 풍조를 초래한 것은 시대의 변화 탓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결과다. "이제는 살만하게 됐다"는 삶의 질 향상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민간소비지출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부수효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우리 경제여건을 뒤돌아보면 너무 앞서갔다. 저축은 미덕이라는 화두를 폐기처분한 성급함은 당장 저축률 하락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총저축률은 34.6%로 95년(36.2%)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86년(33.7%)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론 이같은 저축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구두쇠로 소문난 일본이나 대만의 31.3%와 28.0%에 비해서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저축률하락은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저축은 투자의 밑거름이다. 만일 저축이 모자라면 투자재원도 부족해진다. 부족한 만큼은 해외에서 빌려올수 밖에 없다. 이는 나라빚이 많아진다는걸 의미한다. 실제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지난 80년대 후반엔 총투자율을 웃돌았다. 그러나 지난 90년을 고비로 총투자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총투자율은 95년 37.4%에서 지난해 38.6%로 1.2%포인트나 높아졌다. 반면 총저축률은 36.2%에서 34.6%로 1.6%포인트나 하락했다. 저축률과 투자율격차도 2.0%포인트에서 5.0%포인트로 확대됐다. 지난해 경상수지적자가 2백37억달러에 달했던데는 저축률하락도 한몫 단단히 했다. 더욱 심각한건 민간저축률의 하락이다. 지난해 민간저축률은 23.7%. 95년의 25.7%에 비해 2.0%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에비해 정부저축률은 10.6%에서 10.8%로 소폭 상승했다. 총저축률의 급격한 하락을 정부저축을 통해 방지한 셈이다. 한마디로 개인과 가계의 씀씀이가 늘어남에 따라 저축률은 낮아지고 투자재원은 부족해진다고 할수 있다. 이로 미뤄보면 "소비를 미덕"으로 삼기엔 아직 이르다. 기업연쇄부도다, 신용공황이다, 외환위기다해서 온나라가 법썩을 떨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다시한번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시 한번 저축에 나설때다. 그 방법이야말로 가계를 살찌우는 효율적인 재테크로서 더할나위 없다. 34번째 맞는 저축의 날의 화두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효율적인 저축, 능률있는 재테크"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과학적인 재테크여야 한다. 또 불황을 이길수 있는 재테크여야 한다. 그러자면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맹목적인 재테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수준과 성격 정도에 맞는 재테크를 채택해야 한다. 다름아닌 각종 위험(리스크)에 따른 재테크 돈의 운용규모와 기간에 따른 재테크 사회적 신분과 연륜에 맞는 재테크가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효율적인 재테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