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외환위기 예방이 급선무다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그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 금융공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우리 증시는 어제 다시 35포인트 이상 빠져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이 무너진 495.28을 기록했고, 원화 환율도 한때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9백57원60전까지 폭등했다. 뉴욕 증시도 현지시각으로 27일 사상 최대인 5백54.26포인트가 하락하는 폭락장세가 빚어져 거래가 전면 중단된채 장을 마감했으며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홍콩 증시도 다시 폭락세를 나타내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크게 두가지로 본다. 우선 외국자본의 대거유출에 따른 외환위기 발생가능성을 예방해야 한다. 관계당국은 환율급등 주식매각사태 주가폭락 외국자본유출 외환위기발생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서둘러 끊어야 한다. 당장 환율안정이 급선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주가폭락도 증시침체로 신용매물이 쌓인데다 환율급등으로 인한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각공세를 벌인 탓이 크다. 문제는 원화 환율을 어느 수준에서, 어떤 방법으로 안정시켜야 하느냐는 점이다. 금융공황의 악순환을 서둘러 차단해야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된다면 정부개입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최근 경상수지 적자가 축소되고 있고 수출증가 물가안정 등 우리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s)이 비교적 건실하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동시에 차관도입 등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려 심리적인 안정을 꾀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선진각국및 국제통화기금(IMF)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도 매우 시급한 일이다. 미국 등 선진각국은 지금이라도 동남아 통화위기에서 비롯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수습을 서둘러야 한다. 만일 홍콩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동남아경제가 흔들리게 마련이며, 일본 금융시장의 동요는 곧바로 세계경제의 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주가폭락에 망연자실한 주식투자자나, 금융시장혼란에 당황한 관계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한은특융 등 섣부른 시장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눈이 오는 동안에는 마당을 쓸지 않는다"는 옛말대로 섣불리 기관투자가를동원했다가는 외국인및 큰손들의 악성매물만 떠안기 쉽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 89년 "12.12 증시부양조치"의 실패로 투신사 부실화및 증시침체 지속을 불러온 쓰라린 경험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OECD가입및 금융시장개방을 추진할 때 지금과 같은 사태발생의 가능성이 논의됐던 만큼 당황하지 말고 냉정하게 대응해주기 바란다. 끝으로 거국내각이라도 구성해야 할 위기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분열로 국정의 난맥상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