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통신사업권을 반납하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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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전용 휴대전화인 CT-2(일명 시티폰)사업자들의 대부분이 상용서비스개시 1년도 못돼 적자에 못이겨 사업권 포기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은 정보통신산업이 앞으로 우리경제의 견인차가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충격이 아닐수 없다. 경쟁체제 도입에 따라 정보통신사업이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님은 짐작하고 있던 터이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따낸 사업권을 자진 반납해야 할 정도로 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의외의 소식이라고 해야할것이다. 책임을 느낀 정보통신부가 지역 시티폰 사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접속료 인하, 기지국의 전파사용료 면제 등과 더불어 시티폰의 출력을 높여줌으로써 통화품질을 개선하는 등의 사업활성화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권을 포함한 지역사업자 대부분이 이미 설치한 기지국 등을 전국사업자인 한국통신에 넘긴후 한국통신을 위한 시티폰가입자 모집 등 영업대행만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시티폰 사업자의 사업권포기 파문을 접하면서 그동안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온 정보통신산업정책의 대표적인 실패를 보는 것같아 마음이 무겁다. "주머니속의 공동전화"라고 할수 있는 시티폰은 단말기가격과 통화료가 이동전화에 비해 매우 저렴해 지난 2월 상용서비스개시 초기만 하더라도 큰 인기를 끌었었다. 그랬던 것이 시티폰 사업이 채 정착하기도 전에 본격적인 이동통신인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가 앞당겨 시작되면서 고객확보및 유지가 어렵게 되고 기지국설치 등 초기투자에 무리가 따라 업체당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티폰업계의 이같은 경영난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고 할수 있으며 국내 정보통신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할수 있다. 아무리 대외 시장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통신산업 경쟁체제 구축과정은 너무 일정에 쫓긴 나머지 제대로 내적인 체제정비와 적응력을 갖추지 못한채 허둥대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달부터 시작된 PCS서비스만 해도 그렇다. 기존 셀룰러폰의 경쟁체제가 채 자리도 잡기전에 3개사가 한꺼번에 참여, 무려 5개사가 이동전화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시장상황은 현재의 국내시장 규모와 무선통신기술수준, 인력자원과 투자재원 등을 고려할 때 무리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동전화 뿐만 아니라 국제전화와 시내외전화 주파수공용통신(TRS) 무선데이터통신 등 거의 전 통신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경쟁과 신규 참입은 천문학적인 투자와 방대한 인력을 필요로 함으로써 투자중복에 따른 자원낭비와 부실을 양산할 위험이 있다.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염두에 둔 정책조정과, 기업의 냉철하게 계산된 투자및 기술개발을 통한 합리적 경쟁만이 무한 통신경쟁시대에 살아남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