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동남아 금융위기 "호전 분위기"..홍콩 진정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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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환상적이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증권시장의 한 중개인은 주가가 폐장직전 90분만에 6.5% 상승한 30일의 시장분위기를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주가지수는 이날 장끝무렵의 급반등으로 30.82포인트 오른 502.87을 기록했다. 거래량도 5천8백10억루피아로 근 한달만에 최고수준이었다. 약세를 면치 못하던 루피아화도 안정세로 돌아섰음은 물론이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분위기를 단번에 반전시킨 "소식"은 IMF(국제통화기금)의 인도네시아 지원이 확정됐고 일본 싱가포르등 관련국의 지원금액을 합하면 총금액이 2백억달러를 넘어선다는 것. 이는 일반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금액으로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경제를 살려내는 이른바 "펌프프라이밍"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7월 금융위기를 겪은 태국에 제공했던 1백72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란점도 인도네시아 증시의 분위기를 밝게 해줬다. 아시아권 국가들은 이같은 인도네시아의 분위기 반전이 주변국가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2백억달러 지원"의 전제조건인 국민차계획연기 등 각종 경제개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경제가 일시적인 어려움이 겪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주변국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며 다소 시간을 걸리겠지만 이같은 "호전분위기"는 동남아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안정에 대한 기대는 "홍콩사태" 이후 미국과 IMF등 국제기구들이 적극개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지난 29일의회경제위원회의 증언에서 "필요한 곳에 일시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미국과 세계 여타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아시아 해당국들에 대한 금융지원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읽게해주는 또하나의 요인은 금속히 가까와지고 있는 미.중관계에서도 찾을 수있다. 때마침 홍콩사태를 전후해 방미중인 장쩌민(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은 클린턴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주룽지(주용기) 부총리와 루빈재무장관의 협력관계강화"를 강조했고 이 두사람이 풀어야 할 최대 당면과제는 "홍콩금융시장의 안정"이라고 못박았다. 클린턴대통령도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홍콩증권시장의 싯가총액은 뉴욕시장의 4~5%에 불과하지만 이제 중국의 일부가 됐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결코 뉴욕시장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중국에겐 미국이 얕잡아볼 수 없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중국의 무기는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대외부채를 건드리는 것. 미국경제가 지금 세계최강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외부채 또한 세계최대라는 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중순 "금융황제"인 조지 소로스가 홍콩달러를 환투기공격대상으로삼으려 했을때 주룽지부총리가 "홍콩달러방위를 위해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미국채를 대량 내다팔수도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재무성에 보냈던 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마음먹기에 따라선 미국금융시장을 단번에 흔들어 놓을수 있다는 경고이다. 중국과 홍콩의 외화보유고를 합하면 2천억달러가 넘는다는 것도 무시못할 대목이다. 미국이 결코 "홍콩위기"를 방관할수만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금융시장에서는 이같은 정상회담에서의 협력소식이 전해지면서 금리가안정되는 등 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금융융안정을 위해선 이같은 "외부지원"보다 내부경제를 건강하게 만드는게 더욱 시급하다. 경제기반이 흔들리면 아시아금융위기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