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새 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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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 중심가의 서쪽에는 차풀테페크공원이 있다. 멕시코 삼나무가 무성한 광대한 넓이의 공원이다. 이곳에는 6개의 박물관, 3개의 극장, 3개의 야외무대, 동물원, 식물원,3개의 인공호수, 유원지 등이 있다. 이 공원은 일요일이면 인파로 뒤덮인다. 호수에는 보트가 오가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장사진이 이어진다. 길가에는 솜사탕 스낵 주스 등을 파는 행상과 민예품을 파는 노점이 늘어선다. 거리의 광대, 아마추어 록밴드나 극단 등의 공연에 박수를 보내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모인다. 독서나 조깅을 하는 사람, 소풍을 나온 가족,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그보다 이 공원의 특징은 멕시코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한꺼번에 순례할수 있는 박물관 시설에서 찾을수 있다. 식민지.독립.혁명으로 이어지는 멕시코 근.현대사를 일별할수 있는 국립박물관, 멕시코의 선사문화에서 오늘의 인디오 생활상에 이르는 유물을 체계적으로 전시한 국립인류학박물관 ,멕시코 거장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현대미술관 등이다. 차풀테페크공원은 도시생활에 찌들린 시민들이 우거진 녹음속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휴식처이자 문화예술의 향훈을 한껏 누릴수 있는 공간이다. 원래 아즈테카왕의 휴양지였다가 스페인 식민지시대에는 총독의 별장이 있었고 그것이 혁명 이후에는 대통령의 관저가 된 유래를 지닌 곳이다. 서울에는 용산가족공원내에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착공됨으로써 휴식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질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일제기의 조선군사령부가 있었고 광복 이후의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자리에 위치한 공원이라는 점에서도 차풀테페크공원의 발자취를 떠올리게 된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은 1908년 창경궁내의 이왕가 박물관으로 출범한 이래 여덟차례의 이전으로 유랑을 해왔다. 이제 14만여점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소장 유물량에 걸맞는 외양을 갖추게 됨으로써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수 있게 되었다. 어떻든 자자손손에 전해질 문화유산을 보존 전시할수 있는 완벽한 시설공사가 되길 빌어마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