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재경원은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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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즈 앨런&해밀턴이라는 미국 컨설팅업체가 재정경제원을 재정부로 개편하고 대통령 직속의 자유경제원을 신설, 그 구성원은 민간 전문가중심으로 해 경제 각부문의 자유화를 총괄토록 하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비전코리아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상하 대한상의회장)의 용역의뢰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또 현행 공정거래위원회를 대통령직속의 공정경쟁위원회로 개편하고 그 기능을 경쟁촉진에 초점을 맞춰 조정하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재도약"이라는 이름의 부즈 앨런&해밀턴의 이번 보고서는 행정개혁의 철학과 방향을 분명히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현 정부가 단행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평면적인 통합, 곧 공룡같은 재경원의 탄생은 종전 제도를 바꾼 것이라는 점에서는 개혁일지 모르나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철학과 방향이 불분명했다는 점에서 애당초부터 문제가 있었다. 예산 세제 금융 정책조정업무를 모두 한 부처로 집중시킨 것은 권력분산과 자율화란 시대적 조류에 걸맞지 않는 개악이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정부내에서 조차 경제부처간의 균형이 깨져 부처간 정책협의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그 결과로 재경원 고유업무인 정책조정 및 기획기능이 형해만 남는 꼴이 되는 등 문제를 낳았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경쟁촉진과 규제완화가 행정개혁의 철학이 돼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없다. 경제 각부문의 자유화를 총괄할 민간 전문가중심의 자유경제원 신설도 그런 점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규제완화니, 자유화니 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관료들에게 맡겨놔서는 부지하세월이란게 지난 5년간의 경험으로 드러났다고 볼때 더욱 그렇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생적으로 그 기능에 문제가 있는 조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배치되는 경쟁촉진과 경제력집중억제를 함께 공정거래법에 담고 그 운영을 공정거래위에 맡긴 탓이다. 예컨대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출자규제 등은 그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경쟁촉진기능을 담당할 부서에서 다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방향으로 개정하고 공정거래위 기능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우리는 새 정부가 그 출범초기에 단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가 행정개혁이라고 본다. 임기증에 장관수를 줄이고 기구를 축소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또 행정개혁은 그동안 논의될 만큼 논의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핵심은 재경원의 개편이다. 더이상 금융에 군림할 수 없도록, 또 기획 및 정책조정기능을 자유화의 방향으로 정립.활성화시키는 내용이 돼야 할 것 또한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