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백일홍' .. 이경재

더위 몰려와, 칠팔월 타는 더위 몰려와 푸른 산하 주눅들게 할지라도 우리, 한적한 언덕에 서서 이른 봄 동백꽃보다 늦은 봄 장미꽃보다 붉게 꽃잎 피워나 볼까 백일기도 치성드리듯 진홍잎 차곡차곡 피워내 염천의 더위에도 서로를 뜨겁게 포옹하면서 이글이글 흔들리는 작은 물결 석달 열흘 혼신의 정열로 선혈 같은 속마음 보여나 줄까 시집 "원기마을 이야기"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