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지망생 몰려들어..정보통신 입사 경쟁 보통 100대 1

지난 8일 오후 서울 자양동의 한국통신 서울본부 입사원서 접수 창구. 올 하반기 신입사원 원서접수 마감시간이 다가오면서 입사지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창구앞에서 시작된 원서접수 행렬은 금방 문밖으로 이어져 장사진을 이뤘다. 3일동안 계속된 원서접수에서 서울본부에 제출된 원서는 7천8백55장. 하루 평균 2천6백여명이 접수창구를 다녀간 셈이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실시된 원서접수에서 모두 3만6백60여명이 응시했다. 총 모집인원은 3백5명으로 1백대 1을 넘어섰다. 특히 마케팅 분야는 경쟁률이 1백38대 1에 달했다. 소프트웨어개발 전문 벤처기업인 핸디소프트에서도 최근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신입사원 10명 선발에 3천1백여명이 몰려든 것. 이 회사는 취업박람회에서 딱 한번 모집공고를 냈다. 인사담당자 3명은 호텔방을 잡아 4일 동안 서류전형을 실시해야 했다. 경기불황으로 올 하반기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대졸자의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런 와중에서 정보통신업계의 취업난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입사경쟁률이 1백대 1을 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서울이동통신의 경우 80명 모집에 1만여명이 응시해 1백25대 1을 기록했으며한국PC통신은 30명 모집에 7천5백여명이, 신생기업인 LG텔레콤은 50명 모집에3천5백여통을 접수했다. 정보통신업계 벤처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 11일 원서접수를 끝낸 나우콤의 경우 20여명 모집에 4천여명이 지원했다. 제이씨현시스템도 15명 모집에 1천여장의 원서가 접수됐다. 정보통신업체의 인기가 높아가면서 고급인력이 이 분야로 몰려들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정보통신업체 원서접수 창구에서는 "서울의 4대 명문대학을 나와야 한다" "토익점수 8백점은 넘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한 중소 벤처기업 사장은 "최근 채용에서 일류대 출신자들이 대거 몰려들어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각 업체는 입사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려들자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입사공고에도 없던 "학점 3.3이상" 규정을 둬 그 이하는 원서 접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여름방학 직후 특정 대학, 특정 학과 학생들을 미리뽑는 입도선매식 채용이 성행하고 있다. 전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업체들이 내년부터는 인터넷 공고를 통한 상시채용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보통신업계 취업을 노리는 구직행렬은 산업 전반적인 취업난과 맞물려 더욱 길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