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평] SBS '세상체험! 온몸을 던져라'

각종 체험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어려운 과제에 도전한다든지 이국적인 풍물을 찾아 직접 돌아다닌다든지 하는 엇비슷한 내용들이다. 대개는 연예인들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화면을 내보내면서 나레이터가 상황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형식을 취한다. SBS "세상체험! 온몸을 던져라" (매주 수 오후 7시5분)는 국내외의 독특한 풍물을 출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쳐 소개하는 일종의 문화체험 프로그램. KBS가 먼저 방영한 "도전, 지구탐험대"와 기본적인 성격이 비슷해 참신성은 떨어지지만 몇가지 코너로 구성을 차별화하는 등 후발주자의 약점을 만회하려는 시도들이 엿보인다. 문제는 얼마나 다양한 내용을 담아낼수 있느냐 하는 점. 개그맨 노정렬과 대학생 윤희석이 단돈 10만원만 들고 인도에서 터키까지 여행하는 "젊음이 간다" 코너는 두 젊은이들이 "사서 고생하는" 모습을 비교적 꾸밈없이 전달했다. "혜초의 루트"라는 테마를 가지고 장기여행을 시도한 점이 새롭다. "뒷골목에 가보자"은 관광하며 볼수 있는 흔한 풍물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생활과 밀착돼 있는 이색적인 문화현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뒷골목"이라는 타이틀로 선택하는 소재가 흥미위주의 눈요기거리로만 흐를수 있다는 점. 이러한 우려는 이번주에도 현실로 나타났다. 탤런트 서혜린이 필리핀 빠끌라 (게이)들의 생활을 "밀착취재"한 것은 여러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서혜린이 한 게이의 브래지어를 채워주는 장면이나 게이바에서 댄서들이 치마를 들추며 춤추는 모습 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은 온가족이 저녁을 먹거나 함께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방송할 내용으로 부적절했다. "남자손님들이 많이 와야 빠끌라들이 좋아한다", "자기는 여자라면서 자꾸 만져보라 했다"는 등의 멘트는 특히 거슬렸다. 외국인 리포터가 우리나라 오지마을을 찾아 체험하는 코너는 국내의 색다른 곳을 발굴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