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중남미 금융개방 '아시아 타산지석'

[ 본사특약 독점전재 ] 동남아시아에서 한국등 극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동아시아지역의 금융위기를해결하는 과제는 결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일이다. 이는 이들지역 은행이 안고 있는 부실규모만 봐도 알수 있다. 투자은행인 미국의 자딘 플레밍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은행들의 부실여신규모는 현재 7백30억달러로 이들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금융위기가 미국 GDP규모의 2~3% 수준에 불과한 것과비교하면 동남아은행들의 부실상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수 없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여신이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1%라는게 공식통계다. 그러나 미국의 증권회사인 메릴린치사는 국제기준을 적용할때 실제 부실여신규모는 총대출의 15%를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중남미 국가들이 멕시코 외환위기 사태를 헤쳐 나가기 위해 취했던 여러가지 조치들은 총체적 금융위기상황에 처한 동아시아에 본받을 만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중남미국가들은 우선 자국금융시장을 개방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밀려 들어오고 자본과 최첨단 금융 테크놀로지 등이 도입되면서 중남미의 금융상황은 외환위기이후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졌다. 현재 멕시코 금융기관의 5분의 1이 외국계 금융기관이다. 이들 정부는 또 금융기관간 합병을 유도했다. 정부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강화하자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합병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95년이후 2백개에 달하는 아르헨티나 금융기관중 4분의 1이 M&A(기업인수합병)의 희생양이 됐다. 칠레중앙은행은 정기적으로 은행들을 방문해 은행의 대출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중앙은행은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지급준비율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중남미 정부들은 이러한 금융체제내의 변신을 유도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은행이 정치권과 결탁하는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은행업은 금융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반부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중남미국가들이 던져주고 있는 이러한 교훈이 동아시아국가들에도 적용될수있을까. 어떤 면에서 보면 동아시아국가들이 현 위기상황을 중남미국가들보다 쉽게헤쳐 나갈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동아시아국가들은 중남미에 비해 저축률이 높고 경제성장률도 훨씬 높은 편이다. 은행들은 정부의 보호아래 손쉽게 수익을 낼수 있다. 그러나 중남미국가들은 미국이라는 확실한 "후견인"이 있었던데 반해 아시아국가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중남미에 비해치유가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아시아의 "맹주"라고 할수 있는 일본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에 구원의 손길을 뻗을수 없는 처지다. 동아시아국가들은 불행하게도 국제통화기금(IMF)을 제외하면 도움을 청할 대상이 없다. IMF 지원이 싫다면 스스로 현 금융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갈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남미국가들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금융시장개방, 은행간 합병유도, 감독과 규제조치 강화, 정치권의 압력배제등 일련의 조치들을 시행하는 것외에 어떠한 처방책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