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세] 은행도 '사재기'...천정부지

외환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열흘동안 달러당 9백80원대에서 안정될 기미를 보이던 원.달러환율은17일 단숨에 1천원을 돌파했다. 종금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의 외환사정은 더욱 악화, 은행들마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외국금융기관으로부터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크레딧라인(여신공여한도)이 대부분 끊긴 가운데 올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종금사의 외화차입액은 2백억달러에 달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없는한 국내외환시장은 파국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외환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금융개혁법안을 둘러싼 소모전와중에 지연되고 있는 금융시장안정대책 국내금융기관의 외환부족현상 심화 당국의 환율방어능력 상실및 무책임한 환율정책이 복합적으로 가미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 부재 =정부는 금융시장안정을 위해선 금융개혁법안 통과가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금융개혁법안처리가 확정된후에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내놓겠다고 미뤄왔다. 이 와중에서 금융및 외환시장의 불안은 더욱 심화됐다.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2년2개월만에 최고수준으로 뛰어올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원.달러환율도 단숨에 1천원을 넘어섰다. 관계자들은 정부가 금융개혁법안처리와 별개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내놓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금융개혁법안처리와 연계하다보니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 외화자금난 심화 =은행및 종금사가 해외에서 차입한 외화중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돈은 2백억달러를 웃돈다. 은행이 1백60억달러, 종금사가 65억달러이다. 그러나 국내금융기관의 차입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 수출입은행까지 해외차입이 중단된 상태다. 시중은행들도 외국은행들로부터 크레딧라인 중단을 통보받고 있다. 종금사는 물론 은행들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입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일부 은행들은 연10%를 넘는 OD(over draft) 라인까지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금융기관의 부도는 한은에 의해 가까스로 저지되고 있지만 앞날을 점칠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의 환율방어능력 상실 =지난달말 3백5억달러를 유지했던 외환보유액은 이미 2백억달러대로 줄었다. 그동안 9백80원대에서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한 탓이다. 일부에서는 1백5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실제 이날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급격히 발을 뺀 것도 방어능력상실을 우려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금융개혁법안 논란을 둘러싼 재경원과 한은의 대립도 한몫 거들고있다. 이날 한은이 갑자기 시장개입을 중단한 것은 재경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알려질 정도다. 일부에서는 금개법 통과 무산에 따른 "감정대립"이 이날 환율폭등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하고 있기까지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