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이사람] '한국 과거제도사' 펴낸 이성무 <교수>
입력
수정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도덕성이지요. 세상을 다스리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수양하는 "수기치인"의 정신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한국 과거제도사"(민음사)를 펴낸 이성무(60) 한국정신문화연구원교수는 "조선시대 과거제도에서 문과가 중시된 것은 인문주의와 도덕성이 나라를 떠받치는 기둥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열악한 조건에서도 이만큼 번영할수 있었던 건 교육을 중시하고 이를 관리선발의 기준으로 삼았던 과거제도에서 비롯됐다"면서 "이는 중앙집권적 문치주의의 디딤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과거제는 중국과 한국 베트남에서만 실시됐던 독특한 국가고시로서 1백여년전인 1894년까지 존속했어요" 이 책에는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특징과 응시자격 교육방법 등이 집대성돼 있다. 응시대상을 보면 문.무과에 양반, 잡과에는 중인이 대부분이었고 서얼과 향리는 거의 배격당했다. 특히 문과와 생원.진사시는 양반의 독점물이었으며, 시험이 관직을 얻기 위한 수단뿐만 아니라 양반신분을 유지하는 방편으로도 이용됐다. 4조내에 양반정직자가 나오지 않으면 평민으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무과에 응시하기는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문과급제자가 훨씬 우대받았고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아무런 행세도 할수 없었으므로 교육열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혈통과 능력이 동시에 작용했지만 점차 음서제도를 축소시켜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과거는 새관료를 등용하는 초입사의 의미가 컸지만 유능한 현직관리를 고급관료로 발탁하기 위한 승진고시의 성격도 강했습니다. 뛰어난 인재의 첫째 조건으로 문학과 역사 철학등 인문지식을 꼽았죠. 물론 도덕적 수양을최고 높은 배점으로 쳤어요" 그는 "요즘처럼 정치권의 도덕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당시 지식인들의 몸가짐을 재음미해 볼만하다"며 "지배층의 심성이 바로서야 사회가 부패하지않고 지배층의 풍도가 넓어야 정치가 유연해진다"고 역설했다. "권위주의 독선주의를 없애고 호혜.평등.합리주의를 배양함으로써 새로운 윤리관을 창조하는 일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꽃피우는 지름길입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의 과거제도" "역주 경국대전""조선 양반사회연구" "한국역사의 이해" 등을 펴냈다. 지난해 창설한 조선시대사학회 초대 회장이자 조선시대 생원.진사입격자총람인 "사마방목" CD롬을 만든 주역. 잡과와 문.무과 CD롬도 곧 선보일 계획이며 각종 연구논저를 전산화하고 고문서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