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판까지 '깜깜'...투자자 "망연자실" .. 객장 스케치

종합주가지수가 88년이후 최저치로 폭락하면서 주식시장이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각 증권사 객장은 시세전광판을 꺼버렸고 투자자들은 자포자기속에 객장을떠났다. "깡통"과 "담보부족"계좌가 속출하고 있으나 돈으로 메꿔보려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하한가로 매도주문을 내도 팔리지 않았다. "주가가 오를 것 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고 더이상 집어넣을수 있는 돈도 없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쏟아져나왔다. .개장초부터 주가가 급락하자 각 증권사 객장은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들로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현대증권 강남지점의 홍사준 지점장은 "업종 구분없이 전종목이 하한가로 폭락해 전광판을 아예 꺼버렸다"며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을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증권 명동지점 신기창 지점장은 "지난번 470선까지 폭락할 때에는 그나마연기금의 주식매입이나 정부의 부양책 발표 등을 바라보면서 반등을 점치기도했으나 이제는 기대할게 아무것도 없다"며 한탄. 일은증권의 관계자는 "자포자기한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있다"며 "정부에서 증시부양을 해주지 못할망정 최소한 폭락사태만큼은 막아주어야 하는게아니냐"라고 하소연. .하한가로 낸 매도주문조차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주식의 환금성이 위협받자 투자자들은 "깡통"과 "담보부족"의 공포속에 또다시 절망하고 있다. 대우증권에 나온 한 투자자는 "깡통사태를 피하기 위해 하한가로 매도주문을냈는데도 팔리지 않았다"며 "손절매조차 할수없는 공황상태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절망. 한편 재경원 등 정부부처에는 주가폭락을 막기 위해 실명제 보완 또는 폐지를 해야하는게 아니냐는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듯 쏟아졌다. ."증시를 문닫게 하는 방법은 없습니까" "현재 특단의 증시안정책은 한달만이라도 휴장하는 것입니다" 이날 일반투자자들의 목소리는 이처럼 한결같았다. 1억원을 투자했다가 1천만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한 투자자는 "환율처럼 주식의 하루가격제한폭을 아예 없애 일찍 문닫는게 상책"이라며 "보유주식 전부가 하한가를 맞은 것은 처음이며 하한가에 팔려해도 팔리지가 않는다"고울먹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분위기는 담담한 편이었다. "오히려 "팔자"보다는 "사자"는 쪽"이라고 한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삼성전자 등 우량종목 중심으로 금액은 크지 않지만 매수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매도주문은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것. 한 관계자는 "이미 팔 물량은 다 판 상태며 환율이 안정되고 주가가 싸기때문에 조금씩 사자에 나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같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고는 단언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중 한때 상승종목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발생하자 증권거래소 직원들조차 기가 막힌 표정. 이날 후장 한때 7백74개 상장사 9백56개 종목가운데 상승종목이 하나도 없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장막판 매수세로 현대전자 등 6개 종목이 오름세로 끝났다. 반면 하락종목수는 8백94개이며 이중 92.2%인 8백25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내렸다. 지금까지 상승종목수가 가장 적었던 기록은 금융실명제가 발표된 다음날인지난 93년 8월13일의 2종목. 증권거래소 관계자들은 "장중 한때나마 시세판에서 상승을 뜻하는 빨간색을찾아보지 못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증시를 휴장하지 못하면 시세판이라도 폐쇄했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토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