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기 사건] 거액 챙겨 .. "긴급자금 미끼" 수법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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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가구 허위공개매수사건은 담보없이는 융통어음할인이 않되는 일부기업의 급박한 자금사정과 루머에 쉽게 동요되는 증권시장의 속성을 이용한지능적 범죄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돈을 받고 매수된 증권사 간부 등 작전세력이 허술한 공개매수제도를 악용해 상장사를 "접수"하려 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을 주도한 변인호씨는 먼저 지난해 10월 작전세력을 동원, 대원전선과 레이디가구에 대한 단기매매차익으로 64억원을 벌어들였다. 이후 변씨는 지난 4월 1차 부도가 난 중원의 대표이사 강재영씨에게 접근,20억원을 경영지원금으로 제공한 뒤 중원 주식 37만주를 인수받아 중원을 장악하면서 본격적인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변씨는 중원에 일본 알프사에 인수된다는 허위사실을 발표해 주가를 상승시킨 뒤 이를 되팔아 12억원을 챙겼다. 이후 알프스사의 인수무산및 중원의 부도설을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린 후 다시 헐값으로 중원주식 48만주를 매집했다. 그는 이어 시세조작등을 통해 레이디가구의 전체주식 20%를 확보한 뒤 레이디가구를 공개매수작전을 폈다. 변씨 등은 이 작전에 필요한 자금마련을 위해 무역사기와 기업어음사기행각을 벌여 모두 3천8백억원을 끌어모으는 수완까지 발휘했다. 변씨 등은 먼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경까지 용산전자상가 유령회사를 설립, 미국과 홍콩 등지에 세워둔 또 다른 유령회사간에 중원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것처럼 신용장을 개설, 모두 2천3백67억원의 환어음 매도대금을챙겼다. 이들은 16MD RAM등 고가의 컴퓨터 부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신고하고 실제로는 공테이프 등을 선적하거나 수출금액을 고가로 변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또 수출한 공테이프등을 포장도 뜯지 않고 그대로 역수입한 뒤 통관도 시키지 않고 다른 은행에서 별도의 수출용 선하증권을 발급받아 홍콩 등지로수출하는 등 다국적 수출망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 와중에서 수입가격을 실제수입가격보다 저가로 조작해 관세 19억원을 포탈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이들은 이어 부도설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H전자등 30대 그룹 계열사 2개업체로부터 어음금 할인명목으로 6백28억원을 챙겼다. 사채업자를 통해 할인수수료 18%를 공제한 금액을 주겠다고 속이고 받은 어음에 중원등을 배서, 종금사 등에 할인받은 뒤 가로챈 것. 이중 한 개사로부터는 수차례에 걸쳐 모두 3백78억원에 이르는 19장의 융통어음을 받은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밝혀졌다. 또 중견 S기업에게는 레이디가구 공개매수자금으로 약속어음을 투자하면 공개매수에 실패하더라도 원금은 물론 10%의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3백32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와함께 대그룹계열사인 S기업과 중견 W기업 등 2개의 수출대행기업체를 상대로는 물품대금 4백25억원을 받아챙겼다. 이들의 "작품"은 그러나 매수대금 마련에 실패하고 공개매수자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눈치챈 레이디가구의 대주주가 보유주식을 대량매도함으로써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변씨 등은 다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9월 D종금사를 인수하기 위해 다시 약속어음할인 명목으로 수백억원의 어음을 가로채는 등 마지막 저항을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중원이 할인한 어음으로 소지한 기업중 일부는 부도직전의 상황에 몰려있으며 공개매수신청을 믿고 청약한 소액투자자 1천여명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등 전체 피해액수는 1천8백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