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I면톱] 외국기업들 한국경제 위기감 확산

외국기업들이 인력소개업체에 헤드헌팅 (고급인력소개)을 의뢰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헤드헌팅업계에 따르면 한국시장에 진출하거나 사업활동을 강화키 위해 헤드헌팅업체에 최고경영자 등 고급인력알선을 의뢰했던 외국법인들의대다수가 이달들어 이를 백지화하거나 내년 1분기 이후로 늦추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대통령선거향방이 불투명한데다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외국기업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전망이 투명해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헤드헌팅업체 HT컨설팅은 최근 미국계 통신업체로부터 영업담당 임원을 비롯 다수 고급인력을 스카웃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적임자를 물색하다가 그만두었다. 고객이 "본사에서 인원동결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낙기 사장은 "예전에는 헤드헌팅을 의뢰한뒤 고객이 주문을 철회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정치.경제적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헤드헌팅업체마다 주문 취소가 속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서치의 경우 최근 대형 프로젝트 하나를 놓쳤다. 영국 엔지니어링업체가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최고경영자를 포함 다수의 고급인력 구인을 의뢰했다가 경제위기가 확산되자 갑자기 주문을 취소했다. 이 영국회사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수개월전 회장까지 방한,연말께 한국에 법인을 설립키로 방침을 확정했다가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탑경영컨설팅은 업무영역 확대를 추진중인 한 외국 금융회사로부터 새 조직에 필요한 인력 10여명을 소개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헤드헌팅에 나섰으나 최근 계획을 유보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외국회사는 한국의 금융개혁 추이를 지켜본뒤 계획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암롭인터내셔널의 경우 유럽 몰딩업체가 한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던 계획을 갑자기 연기하는 바람에 헤드헌팅을 중단했다. 또다른 외국업체는 자동차부문 합작사업을 위해 암롭을 통해 고급인력을 물색하다 계획을 취소했다. 암롭의 한상훈 사장은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구매력을 높이 평가했고 금년초까지만 해도 원화가치가 달러당 9백50원선으로 떨어지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면서 "달러당 1천1백원선으로 떨어졌는데도 투자하지 않는 것은 정국불안과 경제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탑경영컨설팅 김국길 사장은 "전반적으로 헤드헌팅시장이 지난해보다 20% 가량 위축됐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