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280) 제9부 : 안나푸르나는 너무 높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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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타이밍이 지금인것 같아요. 우리는 충분히 사랑했어요. 이렇게당신이 상승기류를 탈때 그만 헤어져야 돼요. 깊이 생각해봐요" 부드럽게 칼을 들이대자 지영웅은 갑자기 돌고래처럼 껑충 튀어오른다. 시속 1백킬로 이상으로 달리던 차가 충돌할 듯이 요동치면서 위기를 넘긴다. "핸들을 조심해요. 우리 인생은 이제부터야" "나는 당신을 차지할 거야. 그것이 안 되면 내 인생은 없어. 나는 다 양보해도 당신은 양보할 수 없어. 안 돼. 영신, 내 말을 명심해서 들어.이제부터 나는 당신과 꼭 같이 있을 거야. 더 이상 헤어져 있을 수 없어" 그는 용트림을 하듯 힘차게 외친다. 자기의 세번째 결혼 계획을 은연중에 기획하고 있던 영신은 갑자기 정을 맞는다. 계획이 엉망으로 틀려버릴 수도 있다. 물불을 안 가리는 지영웅이 어쩌면 김치수 회장을 노하게 할 수도 있다. 아무리 미스 황을 소개했더라도 영신의 역할은 아직 김치수 회장의 그림자다. 영신은 그를 달래기로 마음먹는다. 야생마를 순하게 굴복시키는 방법을 그녀는 안다. 그러는 동안 대성리 빌라에 벌써 도착해 있었다. 그는 상패를 가장 근사한 곳에 갖다 놓고 그 자리에 꿇어앉아 절을 한다. 그는 어린아이 같이 뛰어다니면서 노래를 하고 샤워를 한 후에 완전히 전라가 되어 그녀를 껴안아다가 침대에 누인다. 그는 침실에서는 언제나 벗고 지낸다. 아폴로같이 완벽한 균형미가 영신을 눈부시게 한다. "나는 오늘 당신에게 나의 아들을 낳게 하겠어. 아직도 당신이 임신을 못 한 것은 나같은 장수의 힘찬 정자를 못 받아서야" 그는 기도하는 자세로 그녀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더니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이 그녀의 목을 껴안고 하느님에게 빈다. "우리들의 사랑을 축복하시고 아들 한 놈만 점지하여 주십시오" 영신을 쿡쿡 웃으면서 그의 어린아이 같은 짓을 그냥 구경한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그의 기분을 안 거스르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한다. "당신은 아들이 갖고 싶은가봐" "그럼. 아들이 있으면 누구도 우리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잖아? 그것은 신의 아들이니까. 당신은 나를 아주 평범한 놈으로 알지? 나는 신의 아들이야. 내가 어떻게 3천3백36명이나 물리치고 프로를 땄는가? 이것은 신의 힘이야. 이봐요, 영신. 포도주를 따요. 그동안 나는 금주했어.그동안 엄청난 인내심으로 살아왔어. 1년이야, 이런 생활이. 나를 축하해줘. 축복해줘. 당신은 이제 지프로의 이내야. 호적상의 마누라라구" 순간 영신은 눈물로 목이 메인다. 자기는 결코 그와 결혼을 안 한다. 정해 놓은 코스대로 달려가게 될 것이다. 오늘 밤은 그와 함께 있지만 그녀는 곧 일본으로 가서 백명우와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나의 배신을 이 사나운 지영웅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반 미치광이 같이 헤매며 울부짖을 것이다. 영신은 정신이 몽롱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