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또다른 시련 교토기후회의

IMF로부터 긴급자금지원을 받는데 우리 모두의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어제 일본 교토에서는 한국경제와 산업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국제협상이 시작됐다.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협의하기 위해 한국 등 전세계 1백71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흘 예정으로 개막된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바로 그것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80%를 넘는 우리 실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억제는 곧바로 산업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까지 90년 대비 일률적으로 15% 삭감하자는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감축안은 차치하고라도 미국안대로 2008~2012년까지90년 수준으로 동결한다 해도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의 2백79조원에서 2010년에는 1백16조원으로 대폭 줄어들 것(LG경제연구원)이라고 하니 우리경제가 받게될 충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 경제현실로 볼때 협상이 결렬되거나 한국이 개도국으로 분류돼 자발적 감축국가에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감축목표를 둘러싸고 선진국내에서도 의견차이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각국의 입장을 절충한 "교토 의정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인 한국 멕시코 등은 자발적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선진국 의무조항을 지게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산업화를 추진해야 할 우리로서는 아무래도 방어적일 수밖에 없고 자칫 통상마찰로 비화될 위험도 있어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입장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탄소세 도입압력 등 선진국의 지나친 요구나 간섭에 대해서는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멕시코 호주 등과 공동보조를 취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지난 92년 리우 환경회의에서 선진국들은 200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년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이를 지킨 나라는 독일과 영국 뿐이다. 이번 교토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감축계획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결국 실천에는 많은 문제가 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을 잘 살펴 우리 역시 신축성있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영원히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자체 개발해 급증하는 국내외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 무리한 수준의 각종 환경기준을 요구하는 것도 알고보면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환경기술과 설비를 팔기 위한 속셈이라는 해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교토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환경압력은 갈수록 거세질게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환경기술개발계획을 수립해 착실하게 실행에 옮기는 방법 밖에는 달리 길이 있을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