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방지' 기로에 선 한국] (1) "'강건너 불' 아니다"

[교토=김정아 기자]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기차로 1시간20분정도 달려서 도착한 일본의 고도 교토. 지금 이곳에 전세계의 정부와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업계, 그리고 환경단체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제3차 당사국회의". 지구온난화방지를 목표로 한 이 회의에 92년 리우회의 이후 환경회의로는 가장 최대인 1백60여개국이 모였다. 공무원의 해외출장감축조치로 줄기는 했지만 우리정부도 환경회의로는 이례적으로 이곳에 윤여준환경부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17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외무부 환경부 각 5인,통산부 4인 재정경제원 농림부 기상청 각 1명". 교토회의 출정자(?)명단을 보면 기후변화협약에 임하는 정부대책의 무게중심이 환경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후변화협약관련대책은 지금까지는 국내적으로는 통산부, 대외적으로는 외무부가 맡아왔고 관련회의 역시 외무부 통산부가 주로 참여해왔다. 그럼에도 교토회의에 이르기까지의 궤적은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안이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지난 93년 12월 기후변화협약에 개도국지위로 가입했다. 이에 따른 온실가스배출대책은 통상산업부가 맡아왔다. 당연히 경제발전중인 개도국으로서 당분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다는 방어논리개발에만 골몰해왔다. 고에너지소비구조의 산업구조조정노력이나 국가적차원의 에너지효율제고프로그램은 전혀 없었다. 산업계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정부가 대외적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줄일수 없다고 버티는 동안에도 미국자동차업체들은 천연가스등 대체에너지자동차를 개발하고 일본의 철강 화학업체들은 에너지원단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상당수를 배출하는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한국업계들이 온실가스저감에 관심이 있다는 흔적은 아무데서도 볼 수가 없다. 이번 교토회의에도 미국 일본의 유럽의 기업체연구원, 산업계관계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산업계 참가자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문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이후 정부나 산업계 모두 개도국의 방어논리에 편승할 수 없게됐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줄이기위한 국내정책은 없이 방어논리만 내세우다가 오히려 미국의 산업계로부터 한국등 선발개도국도 포함해야한다는 견제만 더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내년에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가를 규정한 협약부속서(Annex)의 개정이 예정돼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지원조치로 국제적 여론을 무시한 경제정책수립은 더욱 어렵게됐다. 교토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기후변화협약에 적극 대처하기로 방향전환을 한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는 개도국도 자발적으로 온실가스감축안을 낸다는 의정서 초안 10조에 지금까지 반대해온 것에서 탈피, 개도국현실에 맞도록 10조를 개정하는데 협상력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