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 경제] '하루가 급한 자금지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1차분 3백억달러가 유입되면 "아사직전"인 국내외환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이 증가,은행들의 "외화부도"를 막아줄 여력이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외국금융기관의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크레딧라인(여신공여한도)도 재개될 것으로 보여 외환위기를 한고비 넘길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한은의 외환보유액이 고갈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3백억달러는 외환위기를 타개하는데 충분하다고 할수 없다. 은행들의 하루 자금부족규모가 30억달러이상으로 늘어나 있는데다 이달중 만기가 되는 금융기관 외화차입금도 1백70억달러에 달하는 탓이다. 따라서 IMF와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가 1차로 지원하는 3백억달러 외에 미국 일본 등의 지원자금 3백억달러가 추가로 들어올때까지 외국금융기관이 한국계 기관의 차입금만기를 연장해 주느냐에따라 외환위기를 극복할수 있는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외환사정,얼마나 심각한가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도입은 "올스톱"상태다. 신규차입은 물론 만기연장도 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간간이 만기연장을 해주던 후지.다이이치칸교 등 일본계 은행들마저 최근 크레딧라인(여신공여한도) 중단을 통보했다. 이에따라 은행들은 하루하루를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을 지원받아 외화부도위기를 넘기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등 6대시중은행이 한은에 기대고 있다. 이달들어선 신한은행과 산업 기업 수출입 등 국책은행들까지 한은의 지원이없으면 하루를 넘기기 힘든 실정이다. 한은이 매일 은행들에 지원하는 돈은 지난달 중순만해도 15억달러에 그쳤으나 최근엔 30억달러로 늘었으며 이번주엔 5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문제는 한은의 외환보유액이 바닥났다는 점이다. 지난 10월말 3백5억1천만달러에 달하던 외환보유액은 시장개입과 금융기관지원 등으로 지난달말 2백40억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이돈을 모두 한은이 당장 사용할수 있는건 아니다. 국내금융기관의 해외 현지법인에 빌려준 돈이 1백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돈을 회수할 경우 해외현지법인은 무더기 부도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90억달러가량은 선물환(보통 3개월짜리)시장에 개입, 만기가 오면 지불해야할 처지다. 따라서 가용 외환보유액은 기껏해야 50억달러에 불과하다. 외환위기,극복할수 있을까 =IMF 구제금융이 3백억달러 들어오면 한은의 외환보유액으로 귀속된다. 가용 외환보유액이 그만큼 늘어나므로 일단 고비를 넘기게 된다. 환율도 안정되고 외화디폴트위기에서도 벗어날수 있게 된다. 한은은 그러나 이 돈을 은행들에 직접 지원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신 필요한 만큼을 외환시장에 공급,은행으로 하여금 달러화를 사가도록 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은 원화가 필요해진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통화증가율도 빡빡해질수밖에 없다. 결국은 은행들이 당장의 외화부도위기를 넘기겠지만 원화사정을 포함한 양극화는 심화될 전망이다. 물론 한은이 3백억달러를 금융기관에 공급해도 외화부족위기가 일시에 타개되는건 아니다. 이달에만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기관 차입금이 1백70억달러에 이른다. 이 돈의 만기를 외국금융기관이 연장해 주지 않으면 외화부족위기가 재현될공산이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