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캐링턴' .. 영국적 색깔 깬 충격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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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링턴"은 원작자 감독 배우등이 영국인인 영국영화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영국영화에 대한 기존 인식을 깬다. 영국영화라면 대부분의 관객이 장중하고 정통적인 세익스피어극이나 "센스&센서빌리티"류의 귀족사회를 떠올린다. 이같은 맥락에서 "캐링턴"을 보면 거의 모든 관객이 혼란에 휩싸인다. 물론 영국에도 "트레인스포팅"같은 작품은 있다. 그러나 "트레인스포팅"이 국적이 두드러지지 않는 현대작품인데 반해 "캐링턴"은 1910년대 영국에 실존한 지식인. 예술가그룹을 소재로 삼았다. 화면 곳곳에 영국 귀족사회의 고전적인 향취가 넘치는데 그 내용과 메시지는 지금 시각으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자유분방한 것이어서 충격은 더 커진다. 원작은 영국작가 마이클 홀로이드(원제 "리튼 스트래치"), 연출은 크리스토퍼 햄튼, 주연은 엠마 톰슨이 맡았다. 크리스토퍼 햄튼은 95년 칸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자, 엠마 톰슨은 "하워즈 엔드"로 92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국의 얼굴이다. 줄거리는 동성애자인 작가 리튼 스트레치(조나단 프라이스)와 화가 도라 캐링턴(엠마 톰슨)의 17년에 걸친 숙명적인 사랑. 스트레치는 소년같은 외모에 발랄한 성격의 캐링턴에게 끌리고 캐링턴은 스트레치의 지성과 수준높은 유머감각에 반한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스트레치는 캐링턴의동료인 동료화가를 좋아하고 이를 안 캐링턴은 깊은 사랑없이 그와 결혼한다. 순전히 자기옆에 스트레치를 묶어두기 위해서다. 이런 기묘한 3각관계는 스트레치가 사망할 때까지 17년동안 지속된다. 캐링턴이 스트레치로부터 얻어낸 애정표현은 죽기 직전 단한번 드러낸 사랑의 고백이 전부. 작품속 방종한 생활은 일반의 이해를 뛰어넘는 수준. 순전한 창작이었다면 지탄받았겠지만 지식인그룹의 실화에 기반한 것이어서 비난을 면했다. 모델은 작가 버지니아 울프,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등이 포함됐던 20세기초 영국의 "블룸즈베리"그룹. 95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시네코아 뤼미에르극장 상영중.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