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한라] 무리한 사업확장 .. 왜 이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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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순위 재계 12위의 한라그룹이 무너진 것은 우리기업의 "차입경영" 한계를 다시 확인해준 것으로 볼수 있다. 한라그룹의 침몰과정 역시 먼저 쓰러진 다른 기업과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신규투자와 사업확장 과다한 차입금에 의한 재무구조악화 경기불황및 금융위기 부도"의 전형적인 수순을 밟은 것이다. 한라그룹은 올들어 기업체질의 강화를 위해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계속했으나 계속되는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한라그룹은 지난해 총 5조1천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기준 재계 11위(기아그룹 포함). 총자산은 6조6천2백65억원으로 12위권이다. 그러나 부채규모가 10월말 현재 6조4천7백억원,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1천9백85%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있다. 지난해에는 금융비용으로만 4천여억원을 지급했을 정도다. 올들어 만도기계와 한라건설이 증자를 단행하고 대대적인 조직축소와 비용절감에 나선 끝에 부채비율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라는 6조4천억원의 부채중 종금사 차입금 2조9천4백억원을 포함,제2금융권에서 3조6백억원을 빌려 썼을 정도로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았다. 한라의 부채비율이 이처럼 높아진데는 우선 전남 영암의 삼호조선소 건설에과다한 자금을 쏟아부은데다 90년대 들어 무려 10여개의 계열사를 신설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해온데 원인이 있다. 삼호조선소 건설 =지난 92년 착공돼 95년부터 본격 가동된 삼호조선소는연간 선박건조능력이 1백50만GT(선박총t수)에 이르는 세계 4위권의 대형조선소이다. 착공 당시 세계 조선업계에 공급과잉 논란을 불러 왔을 정도다. 한라는 삼호조선소의 건설에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특히 이과정에서 5천5백여억원의 단기차입금이 들어간게 화근이 됐다. 삼호조선소는 의욕적인 출발과는 달리 이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고민하게 됐다. 지난해에도 선박건조량은 50만GT로 생산능력의 3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자연히 당장의 일감확보를 위한 저가수주에 급급했고 이는 다시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세계 조선경기가 회복된 올해는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여 11월말 현재 2백30만t의 수주잔량을 기록할 정도로 일감을 확보했으나 여전히 채산성은 의문인 상태다. 신규사업 확장 =한라그룹은 삼호조선소 외에도 90년대 들어 한라펄프제지(94년)를 비롯 자동차부품업체인 마이스터(91년) 캄코(93년) 한라일렉트로닉스(95년) 등 10여개사를 설립하는 무리한 신규투자를 강행해왔다. 한라산업기술(94년) 한라자원(90년) 한라해운(90년) 한라정보시스템(94년) 학교법인 배달학원(90년) 마르코폴로호텔(96년) 등도 최근 만들어진 회사다. 그러나 제지 해운 등 상당수의 신설회사들이 이미 내수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창업돼 고전을 면치 못했던게 사실이다. 펄프제지의 경우 올해초 전남 대불공단에 연산 40만t 규모의 공장을 건설했으나 이때는 공급과잉으로 업계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한편 종이값(지가)이 하락하는 시점이었다. 이밖에 만도기계 한라공조 등 그룹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해온 자동차부품사업이 올들어 완성차업계의 불황으로 타격을 받은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