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I면톱] 기아자동차 자금난 갈수록 악화
입력
수정
기아자동차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당초 발표와 달리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승용차를 생산하는 아산만공장이 9일 일시적으로 조업중단되는등 파장이 확산되고있다. 9일 기아그룹에 따르면 기아자동차가 협력업체에 새로 3천5백억원어치의 어음을 발행했으나 은행권에서 할인이 거의 안돼 협력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있다. 이에따라 유압조향장치(파워스티어링)를 납품하는 TRW스티어링(주)이 지난 8일부터 납품을 중단, 9일 아산만공장이 재고부족으로 일시 조업중단됐다. TRW스티어링은 새로 받은 어음이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여서 기아자동차에 현금결제를 요구했으나 기아측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결제해주지 않아 납품을중단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오후 늦게 자금결제에 합의, 공장이 재가동됐다. TRW스티어링이외에도 대부분의 기아협력업체들은 새로 발급받은 어음을은행권에서 할인받지 못하고 있다. 아산의 한 업체는 은행에 어음을 갖고가면 선이자로 30%를 떼고 할인해가라거나 추가담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협력업체들은 기아자동차에 현금결제만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력업체의 납품이 제대로 안됨에 따라 상용차를 생산하는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도 결품생산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자동차의 경우에는 이미 공장가동률이 20~30%로 떨어졌으며 협력업체의 어음할인이 계속 이뤄지지않을 경우 조만간 공장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채권단은 기아자동차에 수출환어음(D/A)한도를 2억달러 늘려줬으나 2천6백만달러어치만 지원됐을 뿐이다. 또 기아자동차에 대한 긴급운영자금 2천억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9일 오후 산업은행중심으로 실무자회의를 열고 자금지원방안을 논의했으나 은행권자금사정이 워낙 좋지않아 제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