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관리] 설계-시공-감리 '일괄관리' 새바람 분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기본틀이 바뀌고있다. 공사 발주에서부터 설계 시공 감리 관리 운영에 이르는 건설 전과정에 건설사업관리(CM)방식이 도입되면서 건설산업의 전반에 변혁이 일어나고있다. 국내 건설산업의 기본틀이 새로 짜여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말 정부가 건설업법을 건설산업기본법으로 개정하는 과정에서 CM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CM제도의 도입은 곧 우리나라 건설사업의 구구조 붕괴와 신구조의 탄생을 의미한다. "건설=시공"의 등식이 성립되던 구조가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구조에 의한 시장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CM은 건설사업에 관한 기획에서부터 타당성 조사, 계약, 설계, 시공, 관리,감리, 운영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발주자를 대신해 수주업체가 일괄 수행하는건설사업관리방식이다. 발주자가 설계 시공 감리업체등을 따로 선정하던 종전의 사업방식과 달리 건설사업을 대행해줄 CM전문기업을 결정하면 CM사가 발주자를 대신해 설계시공 감리 관리등을 일괄수행하게 된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CM제도를 도입, 새로운 건설산업구조를 만들고 시장기반을 조성하려는 것은 갈수록 각종 공사의 규모가 대형화 복잡화되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경부고속철도 경인운하사업등과 같이 부문별 공사착공과 준공시기가 다르고공사감리와 품질확보, 자금및 각종 자재의 조달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대규모 공사는 전문지식을 동원, 전체 사업을 관리하지 않으면 공사가 제대로추진될 수 없기때문이다. 특히 정부 지자체등 대형 공사를 내놓는 발주처의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이같은 전문성을 갖추기가 불가능해 이러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업체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CM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외국 건설업체들의 국내시장에 대한 특허출원이 급증하는등 시장개방과 함께 지적재산권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설계 시공등의 분리 발주방식의 사업관리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따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동아건설 쌍용건설등 대형 건설업체들은 CM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지난 90년부터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현대는 업계에서는 최초로 사내 CM팀을 구성, 공정관리등에 연구성과를 거두며 최근에는 일부 자체 공사현장에서 CM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일본의 유명 건설업체등에 인력을 파견, 선진 기술 습득에 나서고 있으며, 동아건설도 CM사업팀을 발족, CM프로세스를 국내현장에 접목하는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건설업계는 더 나아가 지난 3월엔 한국건설사업관리협회(한국CM협회)를 발족시켜 CM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각종 세미나를 여는 한편 관련 제도의 입안, 해외 CM협회와 협조체제를 구축하는등 업계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CM이 보편화된 미국이나 일본의 선진 건설업체들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 제도를 정착시키기까지에도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당장 설계및 감리업계와 대형건설업체간에 CM제도 조기정착을위해 고심하기보다 영역시비만 일삼으며 밥그릇싸움에 열중하는등 초기단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CM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은 물론 운용에 필수 요소인 전문인력의 부족현상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업의 기획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이 있어야함에도 국내 건설산업 여건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와 업계는 전문인력의 육성과 제도의 보완을위해 업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