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에 부도난 우량 중소기업 '광주 남선선반'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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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하남공단에 자리잡은 광주남선선반(주). 이 회사는 51년의 역사를 가진 공작기계 전문업체이다. 지난해 1백26억원어치를 팔아 12억원의 이익을 낸 우량중소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한국자동화 기계전에서 두번에 걸쳐 대통령상(기술개발부문)을 받았으며 수십차례의 각종수상기록과 ISO 9001인증을 따낼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도 갖고 있다. 연간 2천대 이상의 각종 공작기계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아르헨티나 등 세계 24개국에 수출, 외화를 벌어들이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우량기업에도 시련이 닥쳤다. 한보 진로 기아 등 대기업들의 잇단 좌초로 금융시장이 마비되면서 그 충격을 정면으로 받게 된 것이다. 자금난에 빠진 거래선들이 현금결제를 요구한데다 매출대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결국 지난달 26일 부도를 내고 말았다. 부도가 나자 이 회사에 자금이나 기자재를 공급했던 채권단들이 마치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각종 기자재나 집기비품이라도 서로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대로두면 회사는 한순간에 무너질 풍전등화의 긴급상태였다. 이같은 위기에서 이 회사의 근로자들은 회사를 구하기 위해 떨쳐일어났다. 관리직 사원과 부장급이상 간부, 노동조합 등이 참여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기자재를 사수하기위해 조를 편성, 주야로 순찰을 돌고 한편으로는 시간을 주면 충분히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채권단을 설득했다. 재무상태와 기술개발실적 수출오더 등 설득력있는 자료들을 제시했다. 이와함께 노조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경영진의 인원감축계획에 협력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행동계획도 실천에 옮겼다. 종업원들의 회사살리기 노력이 전해지면서 21년동안 거래를 해온 미국의 ACRA사가 이 회사를 돕기위해 50만달러의 수출주문을 해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광주남선선반의 거래은행에 사절단을 파견, 미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8천여대의 선반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와 부품조달이 필요하다는내용의 설명을 하겠다며 계속적인 자금지원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김균진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기획실장)은 "미국으로부터 주문받아 놓은 수출물량만도 범용선반 6백대 4백만달러, 개량형 CNC선반 1백대 1백20만달러등 5백20만달러에 이른다"며 "이같은 물량만으로도 회사의 운영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추세로 가면 내년에는 적어도 매출액이 1백50%이상 급신장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협력업체들도 공작기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광주남선선반을 살리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회사측은 이번 주내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다. 김실장은 "뜻하지 않게 흑자부도를 냈지만 노사가 한데 뭉쳐 뛰고 있기 때문에 회사회생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