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평] SBS '화이트 크리스마스' .. 현실성없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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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TV가 17일 첫선을 보인 새 수목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극본 김혜정, 연출 유철용). 성탄과 연말을 앞두고도 IMF 관리체제로 우울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신세대의 사랑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 웃음과 즐거움을 주겠다는 의도로 만든 드라마다. 그러나 CF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영상, 톡톡 튀는 대사, 감미로운 배경음악에도 불구, 현실성 떨어지는 스토리와 인물에 군더더기 화면이 많아 좀처럼 산뜻한 느낌을 끌어내지 못한다. "결혼은 싫고 아이는 갖고 싶다"는 당돌한 생각을 지닌 재희(황수정)와 "즐겁게 가볍게 심플하게"를 삶의 가치로 내세우는 플레이 보이 준기(유태웅)가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다는 것이 중심 줄거리. 드라마는 여성의 독신문제나 신세대의 결혼문제에 대해 다룰 의도는 없고 재미에만 치중한 듯하다. 첫회에서 잡지사 동료들이 재희가 "혼자" 사는데 대해 툭툭 내뱉는 대사들은 독신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는 커녕 독신자들의 프라이버시를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준다. 등장인물들이 결혼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준기가 결혼을 앞둔 대일(박철)과 "이혼한다, 안한다"를 놓고 내기하면서 "발렌타인 30년"과 이태리제 토스카나를 걸 정도로 드라마는 무신경하다. 선정적인 화면 또한 심각한 수준. 여주인공의 거품목욕장면과 옷갈아 입는 모습을 그림자로 처리하거나 브라인드 사이로 비추는 등 선정적인 장면을 내보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또 주인공 황수정의 청소장면이나 우희진의 춤추는 모습등 극전개상 불필요한 장면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극의 자연스런 연결을 끊고 있다. 마지막에는 한술 더떠 현란한 조명아래 흐느적대는 여성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비췄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여성들의 모습을 과도하게 자주, 그것도 가까이 아래쪽에서 잡아내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우연한 만남이 잦은 것도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황수정 유태웅 우희진 등 주연급 탤런트의 연기도 부족한듯 보인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투입된 박철과 박원숙은 기존의 코믹연기를 그대로 답습, 답답하게 여겨진다. 단순하고 허술한 구성은 이 작품을 굳이 8부작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신세대식 사랑과 결혼관을 다루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수 있도록 설득력있게 끌고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