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영원한 주인 없다" .. 구조조정 파고 험난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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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이 고용 물가 투자 등 경제계 전반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철강업계의 구조조정태풍이 앞으로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업계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산더미같은 거액의 부채를 끌어안고 좌초한 한보철강의 새 주인찾기와삼미특수강 기아특수강의 처리문제는 해를 넘길 공산이 높아졌다. 동국제강.포철 컨소시엄이 제시한 2조원의 자산인수방식은 채권은행단에 너무 손실이 커 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데다 회사정리계획을 둘러싸고 금융기관간의 의견이 엇갈려 매각방침이 원점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단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B지구의 코렉스설비를 제3국에 매각하는것과 함께 포철에 압연공장 공사를 재개토록해 내년말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이 역시 당장의 새주인 찾기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삼미특수강의 강판사업을 놓고 포철.세아제강 컨소시엄과 인천제철이 벌이는 물밑싸움의 결과도 주목을 끌고 있다. 철강업계는 삼미를 인수하는 기업이 단번에 스테인리스강판 부문의 정상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지적, 한보철강의 경우와는 달리 인수경쟁이 뜨거울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미는 봉강.강관사업이 93년이후 3년간 2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던것과 달리 강판사업은 지난해 4천2백억원의 매출과 3백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또 올 한해도 역시 작년 못지않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삼미의 스테인리스 강판사업부문이야말로 알짜배기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삼미특수강의 스테인리스강판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말 기준 37%로 국내업체중 선두를 달리고 있어 현대그룹의 배경을 업은 인천제철과 포철의 싸움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기아특수강은 지난 7월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면서 좌초한후 법정관리를 신청해 놓고 있으나 철강업계는 이역시 법정관리절차를거쳐 제3자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조3천억원의 막대한 부채를 안고있는 기아특수강은 자동차용부품을 생산하는 사업구조의 특수성때문에 현대와 대우그룹이 공동경영을 선언했지만 매각이 추진될 경우 입찰에 참가할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지난 55년 대한중기공업이란 회사로 출발한후 산업은행을 거쳐 기아그룹에 인수된 기아특수강은 결국 설립후 40년을 갓넘긴 기간동안 벌써 세번째로 새주인을 기다리게 된 셈이다. 한편 현대그룹이 지난 10월 일관 고로제철소 건립계획의 출사표를 던져놓고있는 가운데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산업의 지각변동이 앞으로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보철강 삼미특수강 등 대기업들이 적지 않게 무너져 내렸지만 안팎의 여건을 종합해볼 때 국내철강산업은 판이 새로 짜여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대형철강회사들의 잇단 침몰은 과잉설비투자에 따른 과잉공급과 그에 따른 부채 및 금융비용부담 등이 그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94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 국내철강수요가 연평균 3.5% 성장할 것이지만 2000년을 지나 2005년까지는 증가율이 1.3%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작년 한햇동안에만도 순이익이 전년보다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경영악화의 수난을 맛봐야 했다. 실제로 철강협회 31개 회원사의 영업실적에서도 경상이익은 6천5백92억원으로 95년보다 40.6%가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업체는 영원한 주인이 없다"는 속설에 상당수가 의견을 같이한다. 막대한 투자와 경기부침에 워낙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구조의 특성상 한순간의 판단미스와 경영자의 독단이 기업몰락으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않았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IMF체제하의 불황터널에서 철강업계의 구조조정파고가 어떠한 구도를 그려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