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동남아 수출 '먹구름'..업계, 타지역 공략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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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전략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종합상사와 무공 현지무역관에 따르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통화폭락 등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매수세가 한풀 꺽여 국내기업들이 이지역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현지 바이어의 가격인하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현지업체의 저가공세도 만만치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아세안 7개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 9월부터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따라 관련업체들은 동남아수출이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고 신규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마케팅활동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는 루피화의 평가절하(전년말 대비 54.6%)로 수입을 급격히 줄이고 있는 추세이다. 통화가치가 안정될 때까지는 수입을 최대한 줄이고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정부가 지난 11월 IMF의 금융개혁권고에 따라 16개 부실은행을 폐쇄함에 따라 수입 신용장(LC)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전스(연지급)형태의 외상수입을 해온 바이어들은 지급일을 3~6개월씩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사태도 빈번하게 빚어지고 있다. 태국은 과도한 긴축예산운영으로 불경기가 심화되고 있다. 무공 방콕무역관은 IMF로부터 제공받는 차관의 대부분은 해외투자가에 대한 부채상환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경기회복전망이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태국의 경우 해외기술및 수출 의존도가 심해 당분간 태국수출이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환위기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대형 프로젝트를 연기하고 긴축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건설 관련 기계류 및 중장비, 사치성 소비재, 가전제품 등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할 계획이어서 98년중 우리기업의 이지역 수출이 전년보다 30%이상 급감할 전망이다. > 종합상사들은 동남아지역의 수출여건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업종별 수출촉진책을 세우는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주)대우 관계자는 화학제품의 경우 원자재수입가격의 폭등으로 가격을 낮춰줄 수 없는데도 동남아 바이어들이 가격조정을 요구해와 수출에 어려움을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대우는 당분간 동남아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최근 환율상승에 따라 강화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미주 유럽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 삼성물산도 무리하게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기 보다 중국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기계류 등의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LG상사 배기성부장은 "최근 동남아지역의 바이어들이 1년 외상수입 등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해와 정상적인 수출업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들어 국내에서 외화난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지역에서 덤핑으로 물건을 내보내는 등 제살깍아 먹기식 수출을 하고 있어 국내외환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 수출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