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목요시평] 차라리 외국인대우 해주오..<한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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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3일 현재 25개 일반은행의 싯가총액은 6조9천8백여억원, 이를 당일자 환율로 환산하면 41억4천만달러 정도이다. 이중 이미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 6억4천만달러(10.8%)를 차감하면 내국인 보유분은 35억달러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35억달러만 투자하면 일반은행 주식전부를 소유할수 있고 지배를 위해 50%만 갖는다고 하면 17억달러정도면 충분하다. 한 은행당 평균싯가총액은 1억4천만달러니까 7천만달러만 있으면 주식의 50%를 소유 지배할수 있다. 미국 피데리티 투자신탁회사의 자산규모는 약 4천억달러이고 이중 제프리 비닉이라는 한 펀드매니저가 운영하는 마젤란펀드의 규모만 5백60억달러이다. 1백억달러가 넘는 펀드의 규모는 수없이 많다. 이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국내은행 몇개정도를 인수하는 것은 식은 죽먹기보다 쉽다. 외국인의 우리은행 지배를 허용한다고 한다. 지금도 외국인은 합작은행의 경우 동일인이 50%까지 취득할수 있고 현지법인의 경우 1백%까지 취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내국인에게는 시중은행의 경우 동일인은 4%이상의 주식을 보유할수 없고, 특히 5대재벌은 지분보유비율에 관계없이 이사회의 구성원조차 될수 없다. 외국인에게 은행지배를 허용하면서 내국인의 지배는 금지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이 4%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는 은행에 한해 내국인에게도 외국인의 지분보유 범위내에서 지분취득을 1개 은행에 한해 허용키로 은행법개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기는 하나 역차별 해소와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금지하겠다는기본사고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내국인은 외국인이 제1대주주로 주식을 취득하는 은행에만 지분참여가 인정되므로 내국인은 반드시 외국인과 합작으로만 은행지배에 참여할수 있다. 외국인을 내국인에 비해 차별하지 말라는 "내국인대우"라는 말은 들어봐도 외국인에 비해 내국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외국인대우"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경쟁력이 없는 은행을 무조건 인수하려고는 안할 것이다. 우량한 은행만을 인수하려고 할 것이며 그런 징후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비교적 우량한 은행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주택, 국민, 신한은행 등의외국인 지분율이 30% 내외인 반면 기타은행들의 지분율은 매우 낮다. 결국 우량한 은행은 주인이 있게 되지만 외국인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은행들은 내국인도 지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작 주인이 있어 책임경영의필요성이 큰 은행들은 계속 현재와 같이 주인이 없는 은행으로 남아야 한다는 말이 된다. 언제까지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방지한다는 해괴한 정서를 내세워 주인없는 은행으로 끌고갈 것인가. 산업자본의 은행지배에 대한 폐해는 정부가 발표한대로 지분율에 따른 신고나 허가와 인수자의 적격성심사, 그리고 계열기업에 대한 여신한도 설정 등 폐해방지장치로도 충분하다. 최근 정부당국은 정부가 출자한 은행중 한두개를 외국인에게만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기존주주에게 손실을 부담시키는 방법때문에 정부출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출자로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벌을 받아야할 은행의 주주들이 오히려 상을 받게 된다는 모순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주식소각이나 병합을 통한 감자와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 박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칫하면 외국인에게 헐값으로 은행을 내주는 결과가 될수도 있다. 최근 태국의 7대은행인 방콕시티은행지분의 50.1%를 미국의 시티은행이 인수하기로 하였는데, 매각측은 주당 27바트, 매수측은 1바트를 주장하고 o있다 한다. 정부가 현 싯가로 은행에 출자하고 이를 공개매각한다면 부실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없는 것이므로 논리상 하자가 없다. 그리고 정당한 가치를 쳐받기 위해서는 굳이 인수대상을 외국인에게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내국인도 경쟁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옳다. 급하더라도 논리와 원칙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은행의 소유및 지배문제에 대해 무원칙하게 운영하니까 그들이 무원칙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닐는지.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면 폐해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외국자본이 우리 은행을 지배하는 경우의 폐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외국자본의 은행을 통한 우리산업 지배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통화신용정책이 이들에게는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수년전 어떤 회의석상에서 한 은행장이 정책당국에 우리 은행도 외국인대우를 좀 해달라고 해서 실소한 적이 있다. 국내은행에 대해선 정부가 갖가지 제약과 간섭을 하면서 외국은행 국내점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는 것이다. 글로벌경쟁시대에서 세계는 지금 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강화에 여념이 없다. 자고 나면 은행의 순위가 달라져 있다. 산업자본과 은행분리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조차도 정부안이나 상원안 모두 지주회사방식을 통한 양자의 결합을 허용하자는 쪽이다. 정부는 은행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갖가지 당근을 제시하고 있으나 합병을 주도적으로 추진할수 있는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합병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은행에 대한 진입을 준칙주의로 하여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수 있도록 해야 하며 특히 내외국인차별은 없애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