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이 좌절을 새 출발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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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국내증시는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으로 엄청난 좌절과 고통을 겪었다. 특히 11월21일 IMF에 긴급자금지원을 신청한뒤 연말까지 약 한달동안은 금융공황의 공포와 혼돈속에서 전전긍긍했던 악몽의 기간이었다. 우선 올해는 종합주가지수 400선이 무너지고 주가가 10년전 수준으로 뒷걸음치는 등 유례없는 주가폭락의 시련을 겪은 한해였다. 연초 653.79이던 종합주가지수가 376.31로 마감해 1년동안 무려 2백77.48포인트(42.2%)가 폭락했고, 특히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의 주가하락률이 월등히 높았다. 또한 주가하락 이외에도 71개나 되는 상장회사들이 부도를 내고 쓰러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해이기도 했다. 연초부터 한보그룹의 도산으로 시작해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등이 줄줄이 쓰러졌고 7월에는 기아그룹에 대해 전격적으로 부도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IMF지원을 받던 이달에만 한라그룹과 영진약품이 부도를 냈고 14개의 종금사들이 업무정지명령을 받았으며 증시마감날인 지난 27일에도 중견그룹인 청구가 화의신청을 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의 증시는 환율등락에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잇따른 대기업의 부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한도확대, 무역수지 적자축소,금리안정 등에 힘입어 8월말까지 700선을 유지하던 종합주가지수는 기아사태가 장기화되고 환율이 급등하자 급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9월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이탈이 본격화되자 주가하락 환율상승 외국인 주식투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었으며 11월이후 외환위기와 IMF파동 속에서 주가는 환율과 등락을 같이 하며 심한 기복을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엄청난 좌절 속에서도 국내증시는 새해에 일찍이 없었던 질적인 변화를 겪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우선 IMF의 강력한 권고로 기업경영 및 회계처리가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외국인의 적대적인 M&A가 전면 허용되고 소수주주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될 예정이다. 아울러 외형팽창 위주의 무리한 기업확장 대신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이 강조될 것 같다. 특히 대기업그룹이 연달아 쓰러졌고 이달 들어서는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이 부도를 낸뒤 법정관리 신청마저 기각돼 종래의 "대마불사"나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깨졌다. 지난 92년 자본시장이 개방된뒤 블루칩, 저PER주, 자산주 등 외국인들의 투자행태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IMF의 지원과 권고를 받기 전에 투자자보호와 투명성제고를 위한 제도개혁을 단행하지 못하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매우 유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심기일전한다면 지금의 좌절과 고통은 우리증시의 보다 밝은 앞날을 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