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인터뷰) 이정근 <한겨레정보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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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게임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은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어내는 눈과 이를 종합해내는 기획력입니다" "왕도의 비밀"로 올해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한 이정근(35) 한겨레정보통신사장이 밝히는 성공적인 게임제작론이다. 소설가 최인호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왕도의 비밀"은 액션어드벤처게임으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백제 건축양식과 의복 무기 풍경 등을 재현하는 한편 고해상도의 3차원 그래픽화면을 제공, 게임애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기반으로 제작한 게임이어서 애착이 큽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일본게임이 그들의 문화와 제작기술을 훌륭하게 결합했듯이 우리도 기술력과 함께 문화의 상품화에 신경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어 이사장은 국내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마케팅 능력과 함께 심의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게임개발업체를 운영하면서 가장 곤란한 점은 심의제도입니다. 전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임을 내놓으려면 그것을 심의하는 기준도 세계적인 수준이 돼야 합니다. 턱없이 좁은 잣대아래서 만들어진 제품으로는 결코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사전심의제는 완전등급제의 사후심의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사장은 또 한겨레정보통신이 올해 자체 개발게임의 판권수출로만 2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에서 보듯 국내게임이 점차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적인 마케팅 능력을 키우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지만 "왕도의 비밀" "에스퍼" "타이거" 등이 잇달아 유럽시장에 수출되면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기획력을 한차원높여 차분히 준비한 게임은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세계시장의 벽이 높긴 하지만 정부와 개별기업이 함께 노력한다면 게임산업도 국제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고려대를 졸업한 이사장은 현재 한겨레정보통신과 함께 한겨레인터렉티브 한겨레테크놀로지 HIC 등 3개 계열사를 이끌며 게임기획과 제작, 유통사업을 포괄하는 컴퓨터게임소프트웨어 왕국을 건설해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