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절약밖에 달리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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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이 아니더라도 물가안정을 다지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제 IMF한파가 불어닥친 달라진 상황에서 내년에는 5%선에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 통제에 의한 인위적 조작이 불가능한 데도 물가안정목표를 지켜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환율급등으로 인한 물가압박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에너지가격은 물론 전기-가스료, 각종 교통요금과 공산품값의 인상 러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경기둔화로 인한 내수부진 통화긴축 인건비삭감 또는 동결이 물가상승압력을 어느정도 완화시킬수 있겠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다. 물가를 압박하는 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잡아야 한다. 그만큼 희생이 따를수 밖에 없다. 이런 판에 물가안정 기반마저 무너진다면 구조조정은 물거품이 되고 말것이다. 물가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첫째 공공요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모든게 오르는데 공공요금이라고 인상요인이 생기지 않았을리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공기업의 경영합리화를 통한 비용절감노력이 있어야 한다. 조직자체를 크게 수술해서라도 인상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야 한다. 불필요한 인원과 조직부터 손질하고난 후 공공요금을 손질하는게 옳은 순서다. 둘째 에너지 절약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에너지자립도가 3%밖에 안되는 우리의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지나치게 높다. 원유만 하더라도 지난해 수입액이 1백44억3천만달러, 올해 10월까지 1백45억5천만달러(전년동기비 30%증가)에 달했다. 에너지 5%만 절약해도 얼마나 많은 외화가 절약될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 셋째 식생활을 비롯한 소비생활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한해 8조원에 이른다면 얼마나 엄청난 낭비인가. 이는 환율을 달러당 1천4백원으로 환산해도 무려 57억달러에 해당된다. 이런 낭비만 줄여도 외화절약은 물론 그만큼 물가압박요인도 줄일수 있는 것이다. 넷째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낙후된 국내 유통구조가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의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7~8단계의 중간 유통단계가 있어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가격은 뛰게 돼있다. 불합리한 유통구조와 지나치게 높은 유통마진은 소비자 가격을 터무니 없이 높인다. 우리 모두 함께 사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값이 오르면 덜쓰고 절약하는게 아니라 사재기에 열중하는 사회는 국난을 극복할수 없다. 미래를 대비하는 저축보다 현재의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어진 소비행태를 바로 잡는 일도 급선무다. 어려울 땐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비합리적이고 낭비적인 소비습관이 정상적이라고 착각했던 우리사회가 근검 절약을 생활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면 우리 모두는 다시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지금은 내핍과 절약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는 길 이외에 달리 길이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