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협조 없으면 "대란" 현실화..최악상황 연말 자금시장

"연말 자금대란설"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연말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무더기로 기업대출을 회수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특히 현재 40%대인 당좌대출소진율을 31일엔 20%대로 낮추고 종금사에 대한 콜공급도 축소한다는 계획이어서 급전조달이 막힌 기업들의 무더기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통화환수를 가속화하고 있어 30,31일 이틀동안 기업들이무더기로 부도위기에 몰릴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에서는 은행들에 대출재개를 독려하고 한은에서도 콜공급지속을 종용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일시적인 대출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성의표시"에 그치고 있어 기업들이 무더기 부도위기를 벗어날지는 미지수다. 은행, 연말결산 비상 =은행들은 31일마감 수치를 기준으로 연말결산을 실시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모든 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출수 있어서다. 은행들은 이를위해 이미 신규여신을 동결한 상태다. 일반대출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은행장회의의 합의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일 조흥등 대부분 은행은 기업일반대출의 경우 11월말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연말결산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단기자금조달창구인 당좌대출은 다르다. 지난 26일 현재 7대 시중은행의 당좌대출잔액은 6조8천억여원으로 소진율이 44.5%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말에 비해 2조여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일반대출이 막힌 기업들이 당좌대출을 이용한 결과다. 은행들은 그러나 연말 당좌대출잔액을 어떡하든 줄이기 위해 혈안이다. 당좌대출의 위험가중치가 1백%인만큼 잔액이 많을수록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연말 당좌대출잔액을 20%대로 끌어내린다는 계획을 세우고있다. 이를위해 30일부터 돌아오는 기업들의 부족자금은 무조건 대출해 주지 않는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오히려 기업들로하여금 당좌대출상환을 종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30일부터 급전이 부족해 결제를 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고 결국 부도위기로 몰리게 된다. 특히 기업들의 자금결제일이 31일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연쇄부도는 연말연시에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은행들은 또 종금사에 대한 콜공급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금사에 돈이 흘러가지 않으면 종금사들은 물론 거래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다. 한국은행의 통화환수 =한은은 지난주 총 6조여원의 시중유동성을 흡수했다. 29일에도 1조원을 빨아들였다. 30일에도 1조여원을 규제한다는게 한은의 계획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통화긴축을 실시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다는게한은의 설명이다. 재정자금집행 등으로 시중유동성이 풍부했던 다른해와 다른 만큼 기업들의자금사정은 악화될수 밖에 없다. 기업자금사정 =은행 대출이 막힌 기업들은 회사채발행 등을 통해 급전을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4대그룹을 포함, 기업들은 30,31일 이틀동안 1조8천7백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회사채를 발행해도 소화가 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수익률이 연 30%를 호가하다보니 기업들도 이만한 금리를 부담하기도 쉽지않다. 이러다보니 발행회사가 회사채를 되가져 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29일 현대 삼성 LG그룹 등 우량그룹도 회사채를 회수해 갔다. 간접금융은 물론 직접금융마저 막히다보니 기업들은 무더기로 부도에 이르고 있다. 이달들어 지난 27일까지 부도를 내고 쓰러진 업체는 서울에서만 1천10개에달한다. 하루평균 45개씩 쓰러진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연말까지 서울지역 부도업체수는 1천2백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대응 =정부는 후순위채매입으로 은행대출여력이 30조여원 늘어난만큼 기업대출을 늘리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를위해 기업대출증가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통보했다. 한은은 이와는 별도로 31일 타점권교환을 두차례 실시, 은행들의 자금을 즉시 현금화할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31일 만기가 되는 종금사 콜자금 3조1천억원을 11개은행들이 분담토록 조치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