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새해도 숨차다" .. 현지특파원이 본 각국 핫이슈

국제통화기금(IMF)협약 등으로 한국경제의 개방정도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만큼 국제경제와 한층 더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미다. 지구촌 경제에서 핵을 이루는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7개국. 이른바 선진 7개국(G7)이다. 이 G7의 경제동향은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G7의 새해이슈는 국제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변수다. 미국은 7년이상 계속된 호경기를 새해에도 이어갈지 고비를 맞고 있다. 일본의 경우엔 금융 및 재정개혁의 성패가 결정난다. 독일에서는 헬무트 콜 총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선거가 치러지고 프랑스에선 월드컵경제가 펼쳐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의 개방으로 보다 밀접해진 G7의 새해 주요이슈를 본사 특파원들의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 [[ 미국 ]] 미국은 G7의 중심이다. 이 중심 국가의 새해 주요 이슈는 지난해까지 좋았던 경기가 금년에도 계속 잘 나갈 수 있을지 여부. 경제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두는 7년째 이어지는 장기 호황과 증시 강세가 계속될 것인지이다. 미국은 지난 91년초 경기 저점을 통과한 이후 매년 3%안팎의 성장을 계속하면서 저물가와 고용증대를 실현, "황금의 60년대"가 부럽지 않은 경제를 누려왔다. 이에따라 월 스트리트의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지난해 급상승세를 보이는등 주식투자자들도 유례를 찾기 힘든 호경기를 만끽했다. 그러나 새해의 상황은 작년과 크게 다르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국들이 일제히 금융위기에 빠지면서 미국의 성장가도에도 빨간 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 및 수출의존도가 높은 전자 및 식품산업 기업들이 적자 경영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호황 행진이 새해에도 계속될지 여부는 아시아 변수에 달려 있고 또 미국 경제의 향방에 따라 아시아 경제가 영향을 받는 순환게임이 벌어질 것이라는게 이곳 이코노미스트들의 진단이다. [[ 일본 ]] 올해 일본에서는 행정개혁을 비롯 최우선적인 국가 과제로 삼고 있는 6대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특히 엄청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일본정부는 새해를 재정개혁 원년으로선포한 바 있다. 금년에 개혁의 성패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 문제는 개혁의 발목을 잡는 수많은 걸림돌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데 있다. 우선 지난해말 잇달아 터져나온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에 따른 금융불안을 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천문학적인 부실채권 정리등 금융위기를 다스리지 못할 경우 일본은 경제초강국에서 순식간에 2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여기에 90년대초 거품경제가 붕괴된 후 가라앉기 시작한 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소득세 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쉽사리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더구나 최근 하시모토 류타로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하락하는 등 정국불안까지 겹친 상태여서 이같은 난제를 풀어가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프랑스 ]] 프랑스의 98년은 "월드컵"의 해이다. 프랑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관광산업 발전과 신규 고용창출 등 부가가치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내외신 언론을 통한 98년 월드컵 대회 홍보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릴 파리근교 생드니에 위치한 프랑스 스타디움 주경기장은 2년간에 걸친 공사끝에 지난해 11월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총 27억프랑의 공사비로 완공된 주경기장은 파리시내 샹젤리제의 98월드컵 공식 기념품 매장과 함께 벌써부터 많은 관광객의 인기를 얻고 있다. 98월드컵 전체수입의 40%를 입장권 수입으로 대체한다는 마케팅 전략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인기 경기장의 관중유치를 위해 여러경기를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는 입장권은 3백~5백달러.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거의 매진이다. 98월드컵 공식 기념품도 지난해 7월 파리의 샹젤리제 매장을 시작으로 개장한 전국의 매장과 면세품 판매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놓은 상태다. [[ 캐나다 ]] 캐나다로선 아시아 경제위기가 자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새해의 최대이슈다. 캐나다는 그동안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비관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중순만해도 캐나다는 동아시아 경제위기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 하락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1%포인트 이상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아시아와 관계가 깊은 서부 캐나다의 비관론은 심각하다. 미 달러화에 대해 사상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캐나다달러의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금리인상이 초래할 경기부진과 국민이자 부담 가중 등이 아시아 위기와 맞물려 정부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밖에 정치적으론 해묵은 퀘벡주의 캐나다 분리 문제가 여전히 이슈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퀘벡주 행정당국이 분리 찬반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99년이후에나 실시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일 전망이다. [[ 이탈리아 ]] 이탈리아는 새해 유럽단일통화 시스템 가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형편이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유럽단일 통화에 가입할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가입 전제 조건 충족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와관련, 지난해 3% 안팎이었던 인플레율을 올해 1%미만으로 억제시킬 계획이다. 이를위해 공공관리비 재조정, 예산 삭감 등 긴축정책을 계속 고수할 방침이다. 또 지난해 1백40조리라(1백56조원)에서 65조리라(72조원)로 줄인 국채발행 잔고를 올해 유럽단일통화 가입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3%이내로 낮출 예정이다. 이탈리아 경제를 되살리고 G7 회원국가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성공한 카를로 참피 재무부장관은 "이런 성과는 전국민의 희생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며 "오는 5월로 다가온 유럽 단일통화 시스템 가입에 선두주자로 참가할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 영국 ]] "작은 정부 실현과 서유럽 최고의 국가경쟁력 확보"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밝힌 올해 국정 목표다. 작은 정부 실현을 위한 노동당 정부의 밑그림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지만 정부 조직 슬림화와 비효율성 제거 등 정부 구조에 대한 대수술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또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개혁도 전망된다. 블레어 총리는 "사회보장 혜택을 당사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현행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며 "각종 복지지원책이 경쟁력 강화나 고용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해왔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새해 이슈가 되고 있다. 노동당정부는 이와관련, 공정경쟁을 촉진시키는 "컴피티션 법안"을 마련중이며 법인세율도 1%포인트 낮출 방침이다. 또 자본이득세를 기업이 R&D(연구개발)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도 추진중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지원 축소계획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 독일 ]] 독일의 새해 최대이슈는 선거다. 오는 9월27일 총리 및 연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진다. 여론조사기관인 엠니드에 따르면 유권자의 39%가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을지지하고 있다. 헬무트 콜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연합(CDU/CSU)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는 기독연합과 자민당 연정이 유럽단일통화 가입을 앞두고 강력하게 추진해온 긴축정책과 탈규제정책이 고용창출로 전혀 연결되고 있지 않은데 따른 불만의 표출이다. 약 11.5%에 달하는 실업률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유권자들은 집권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경제관련 최대이슈는 내수시장의 활성화다. 약 2년간 지속된 마르크화의 대달러 저평가에 힘입어 수출주도의 성장이 새해에도 예상되지만 내수시장의 활황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에따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금리를 현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