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미래 .. 갈정웅 <대림정보통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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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햇살 앞세우고 무인년 새아침도 언제나처럼 그렇게 밝았다. 그러나 우리의 느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지난 연말을 너무도 숨가쁘게 넘어왔고 또 우리의 이런 숨가쁨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자연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 보자. 겨울철이면 강원도의 횡계나 진부령에는 황태 덕장이 세워진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동해의 푸른 물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명태가 가지런히 널린다. 이 명태들은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며 이른 봄이면 누런 황금빛 황태가 된다. 시린 눈바람을 뒤집어쓰고 꽁꽁 얼어 장작개비 같던 명태가 매서운 혹한을 통해 황태로 거듭날수 있는 것이 바로 자연의 경이로움 아니던가. 올겨울 우리 사회는 IMF한파 속에서 꽁꽁 얼어 있다. BIS 8%기준 탓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얼어 있고, 끝없이 계속되는 부도 소식에 기업들이 얼어 있고, 정리해고 소식에 근로자들이 얼어있으며 각 가정이 얼어 있다. 그러나 세계미래학회는 발전이란 더 많은 변화를 의미한다고 했다. 단지 문제는 사람들이 그러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라 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변화들이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걱정과 한숨이 앞서는 이 시린 겨울에 매서운 눈바람을 견딘 명태가 황태가 되듯이 앞으로 다가올 날은 분명히 아름답고 찬란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뜻에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때를 미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더욱 아름다운 날이 오리라 믿는 마음에 미래라고 하면 어떨까. 6.25의 폐허 위에서도 우리는 이만큼 이루지 않았는가. 남쪽의 따뜻한 꽃소식이 꽁꽁 얼어붙은 우리의 가슴을 녹일 날이 왔을때 미래의 참 의미를 새삼 알게 되리라.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