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업 줄이는 직무공유제 .. 고수일 <현대경제사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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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일 1월중 경제주체간 고통분담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하기로 돼 있어,고용조정의 방식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에 어떻게 합의가 이루어질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계는 정리해고에 의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지향하는 미국식 고용조정 방법을 선호하고 있으며,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도 "정리해고 불가피"입장을 내린 바 있다. 반면 노동계는 근무시간 축소나 감봉 등을 통해 대량 실업을 억제하는 유럽식 고용조정 방식을 옹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무공유제는 하나의 직무를 두사람 이상이 공유하여 직무 공유자간 업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대표적인 유럽식 고용조정 방법이다. 예컨대 독일의 폴크스바겐사는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원 감축이 불가피했으나 노사 합의아래 2년간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여 인건비 축소와 고용 안정을 동시에 도모하였고, 독일 정부는 세금공제 혜택을 부여했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지난 93년 "직무공유제"안을 마련하여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대해 사회 보장 비용을 경감해주고 있다. 직무공유제를 도입하게 되면 필요할 경우 업무시간을 단축시켜 인건비를 줄일수 있으며, 환경변화에 따른 노동력 수요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수 있다. 기업이 인건비절감을 목적으로 한다면 정리해고 대신 우선 임금삭감을 통한고용 안정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직무공유제는 타당한 방법임에는 틀립없다. 직무공유제의 장점은 무엇보다 감원없이 인건비 절감효과와 고용안정을 동시에 도모할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인건비절감은 해고를 불필요하게 함으로써 고용 안정이 가능한 것이다. 둘째 기업의 인적자원 누출을 최소화할수 있게 된다. 유능한 종업원을 계속적으로 유지할수 있어 경기 회복기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수요에 대처할 수 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종업원으로 하여금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기회가 제공됨으로써 다기능 전문가육성을 위한 토양을 구축할수 있다. 하위 직급자는 직무 공유자가 보유하고 있는 업무 기술및 정보를 습득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무공유제가 도입되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기 개발의 기회가 증가되며, 정년을 앞둔 고령 종업원은 퇴직후를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최근 대량해고에 대한 위기 의식이 높아지면서 종업원들이 임금보다는 고용안정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직무공유제는 종업원에게 충분히 공감을 받을수 있는 제도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 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종업원들은 재고용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등 해고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직무공유제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종업원들의 고용안정과 사기진작을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전적으로인정된다. 재진입이 어려운 노동시장에서 퇴출만을 쉽게 해준다면 대량실업 사태는 경제 차원의 문제를 넘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직무공유제는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한 감량경영을 시도할 경우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지, 한계사업 정리를 위한 정리해고의 대체 방안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일자리를 줄이는 것을 막는 유럽식 직무공유제로는 "조정"이 시급한 기업의 비합리적 구조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보장을 지나치게 중시한 유럽식 직무공유제는 기업의 효율성및 고용 흡수력의 저하를 가져와 실업의 장기화를 초래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경영혁신을 통한 불필요한 군살빼기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IMF는 1월 중순까지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대한 노.사.정의 합의도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직무공유제의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고용조정을 위한 정리해고는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하다. "실업 방지"보다 "실업자 구제"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노조도 작은 부분에 대한 절단에 주저하다가는 더 큰 부분을 절단해야 할 지도 모르는 현 경제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정부와 재계는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성공적으로 유도할수 있도록 해고된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쉽게 재진입할수 있는 제반 조치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