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합의가 전제조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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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정리해고제 도입문제가 김대중 정권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측 요구가 금융기관의 정리해고를 비롯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 당선자가 6일 청와대회동을 끝내고 발표한 합의문에서도 정리해고제의 필요성은 매우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사실 김 당선자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국제신인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제 실시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아래 노동계 설득작업을 벌여왔다. 김 당선자가 대통령직 인수작업이나 행정개혁 못지 않게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문제가 현 위기돌파의 첫 시험대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접근하는 김 당선자의 구상을 요약해보면 다음주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임시국회에서 우선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 금융기관에 대한 정리해고제를 조기도입한뒤 사정을 보아가며 노동관계법을 개정해 정리해고제를 전산업에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명간 노-사-정 협의체를 발족시켜 고통분담을 위한 국민협약 체결을 추진한다는 방침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우선 김 당선자가 당초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도입키로 했던 금융산업에 대한 정리해고제를 내주중 별도의 임시국회를 열어 조기 도입키로한 결정을 환영한다. 어차피 도입이 불가피한 제도라면 시간을 놓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 우리의 위기타개 의지를 외국 투자가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리해고제는 금융산업에만 우선도입하는 것보다 전산업을 대상으로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비상시국만 아니라면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노-사-정 합의를 전제로 충분한 의견수렴작업을 거친뒤 국회에서 관련입법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원론만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노동시장 개혁은 IMF의 요구사항이기 이전에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제고를위해 우리 스스로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노-사-정 합의가 조속히 이뤄진다면 그보다 더 바랄 일이 없겠지만 과거 노동법개정작업 때처럼 시간만 끌다가 파국으로 끝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현 상황으로는 노동계의 반발기류와 주변여건을 감안할 때 정리해고제의 연착륙은 예단키 어렵다. 김 당선자측은 노동계 설득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노조가 반대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시간에 쫓기게 됐을 때 정부가 취할 조치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각계각층의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정리해고라는 지난한 과제를 풀수있는 비결은 있을 수 없다. 김 당선자측은 당장 욕을 먹더라도 공정한 평가는 역사에 맡긴다는 자세로 책임감과 소신을 갖고 문제해결에 나서주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