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뱅 '경영 패러다임 바뀐다'] (2) '버릴것은 버린다'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는 "버리기"로부터 시작된다. 기러기떼식(안행형) 사업의 병폐는 이미 기업들 스스로 뼈속 깊이 절감하고있다. 규모만 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관념이나 지나친 비관련 다각화에 대한미련도 떨쳐버렸다. 다각화는 성장기에 수직계열화라는 장점도 제공했지만 개방화시대를 맞은 지금은 "아킬레스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기업들의 올해 신년사에서는 ''선택'' ''집중'' ''핵심역량(Core Competence)'' 등 그동안 볼 수 없던 용어들이 키워드가 되고 있다. "버티기 경영"을 포기하고 "버리기 경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버리기 경영은 원점에서 출발한다. 수입선다변화제도 해제로 대표되는 IMF체제하의 시장개방은 전문분야에 특화된 세계 초일류기업들과의 경쟁을 의미한다. 기러기떼식 성장논리로 핵심역량에 집중하지 못한 국내기업들은 다시 한번녹초가 될수밖에 없는 처지다. 버티기 경영은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 IMF체제하에서 금리는 20%이상 유지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런 고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앞으로도 찾아보기힘들게 뻔하다. 과거처럼 차입경영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해가는 경영행태는 자칫 기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만큼 기업의 각오도 예전과는 다르다. "핵심역량에 기반을 두고 관련분야에 사업의 중점을 이동시키는 선택적 집중으로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정몽구 현대그룹 회장)이 버리기 경영의 최종목표임이 강조되고 있다. 외국의 몇몇 케이스는 우리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제너럴밀즈사는 핵심역량의 재정의를 통해 식료품분야를 제외한 전사업부문(매출액의 35%)을 매각했다. 유망한 사업군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핵심역량과 무관하다면 결코 진출하지말아야 한다. GE의 경우는 정보산업이 유망산업인데도 자신들의 핵심역량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황이 닥친 80년대 경쟁력이 떨어지는 2백32개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73개 공장을 폐쇄하는 대대적인 버리기 경영을 펼쳤다.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최근들어 기민해졌다. 두산그룹이 좋은 사례다. 어려움에 직면한 두산은 과감하게 한계사업에서 철수해 위기를 넘겼다. 음료사업부문과 3M을 처분하는 등 무려 20여개 사업을 정리하면서 차입금이크게 줄었는가 하면 3년째 계속되던 적자는 지난해 1천여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자동차사업에 발목이 잡혔던 쌍용그룹은 대우그룹에 혹을 떼넘겨 버렸다. 삼성그룹도 오디오사업을 새한그룹에 팔아치웠다. 한화그룹도 한화에너지를 비롯한 상당수의 계열사를 매각키로 했다. 국내기업들이 처음으로 보여주는 버리기 경영의 사례다. 버리기 경영은 공급과잉 산업에서 더욱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기아사태의 근인은 자동차산업의 공급과잉이었다. 도크 증설경쟁으로 멍이 시퍼렇게 든 조선산업은 이미 한라그룹의 부도를 낳았다. 반도체 철강 유통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이미 일부 기업간 생산/판매 제휴가 진행되고 있기도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버리기 경영의 요체는 "개선"이 아닌 "개혁"이기 때문이다.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대담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합칠 것은 합쳐야 한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는건 재계의 공동목표가 돼버렸다. 사업교환, 이른바 "빅 딜(Big Deal)"의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는 것도 재계가 공통분모를 찾았기 때문이다. 작년만해도 전혀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기업내부에서 현재화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기업은 이제 못할게 없다. > .현대 : -제철사업 추진시기 재조정 .삼성 : -삼성전자 오디오사업 매각 -삼성중공업 영국공장 철수 -98년 1조3천억원 규모 한계사업 정리 예정 .LG : -3조원 규모 한계사업 조기정리(당초 2005년까지) .대우 : -쌍용자동차 한국전기초자 인수 .선경 : -석유대리점 7개 계열사 SK에너지판매로 통합 .쌍용 : -쌍용자동차 쌍용제지 미국리버사이드시멘트 매각 -쌍용양회 창동공장부지및 연수원 매각 -용평리조트 민정학원부지 은화삼CC 매각 추진 .한진 : -한진건설 제주KAL호텔 매각 추진 -대한항공 항공기 9대 매각 진행 -한진해운 선박 리스로 전환 .한화 : -한화바스프우레탄 매각 -한화에너지 한화유통(잠실점) 마포호텔부지 매각 추진 한화종합화학 외국사와 합작 추진 .두산 : -음료사업및 OB영등포공장 매각 -네슬레 3M 코닥 주식 매각 .해태 : -해태전자 해태중공업 매각 추진 .진로 : -진로엔지니어링 진로베스토아 등 매각 -진로쿠어스맥주 매각 추진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