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기구신설 바림직하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통상업무를 총괄하는 통상대표부의 신설 여부를 놓고 관련부처인 통상산업부와 외무부는 물론 정부조직개편 심의위원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위는 지난 8일 통상산업부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통산부안대로 장관급 "통상교섭처"를 신설,총리실 직속기구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의 통일-외교-안보 분과위는 외무부 안대로 기구신설보다는 통상기능을 외무부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정부조직개편심의위에 보고된 행정쇄신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시안은 통상대표부나 대외통상부를 신설, 재경원과 외무부 통상산업부의 통상관련 기능을 일원화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통상교섭업무 조정문제는 그동안 재경원 외무부 통산부간 부처이기주의로 3각 갈등을 빚어온 사안으로, 이번에는 재경원이 지금까지의 새기구설치 반대입장을 바꿔 통산부 편을 드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의견들이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 해도 대외 통상업무의 일관성유지와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원칙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결말을 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통상채널의 일원화에 대해서는 어느 부처도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통상기능의 혼재및 중복으로 인해 대외 교섭과정에서 나타난 부처이기주의와 비효율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생각에 따라서는 외무부와 통산부의 통상조직을 통폐합, 또 하나의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국가생존전략차원에서 비대한 정부조직의 슬림화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기구를 신설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통상업무 일원화작업은 어디까지나 정부개혁의 큰 테두리 안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구신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통상업무를 주관하는 막강한 무역대표부(USTR)를 염두에 두고 있는듯 하지만 우리의 통상현실에서 USTR를 본뜬 기구를 만든다 하여 그에 비견할 만한 강력한 힘을 발휘할수 있으리라 믿는다면 이는 분명 무리다. 우리가 부러워 하는 USTR의 공격적 통상정책은 막강한 경제력과 국력에서 나옴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담부처가 없어 우리의 통상외교가 힘이 없고 통상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또 통상업무를 외무부가 주관하든 통산부가 주관하든 그것은 궁극적인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은 조직구성원의 의식여하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국익보다는 부처이익을 우선 챙기는 풍조가 불식되지 않고서는 새 기구를 신설한들, 또 새 기구를 어디에 둔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