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주체적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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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영과 한국기업의 과잉생산 설비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뉴욕타임스 비즈니스위크 등 외국 언론들은 때를 만난듯 한국 대기업의 문제점을 들춰내고 있다. 한때는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의 투자가 세계공황을 유발할 만큼 과잉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요즘은 대기업구조가 한국경제 병폐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언론의 이같은 난도질과 이를 비판의식없이 수용하는 듯한 국내의 반응은 씁쓸함을 던져 준다. 남의 주장에 휩쓸리는 사이 "게도 구럭도 잃는" 상황이 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이 갖는 성격은 극히 다양하다. 이쪽에서 보면 타당한 말이 다른 쪽에서 보면 그렇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진실을 포착하는데는 "주체적 시각"이 절대 필요하다. 더구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요즘같은 상황이라면 우리만의 시각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물론 대기업들이 빚을 얻어 과도한 투자를 하고 오너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등 해결해야할 구조적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구조가 70~80년대 취약한 신용을 보완하고 외국의 골리앗 기업과 싸우기 위한 고육책의 하나였음은 또한 부인할수 없다. 과잉투자도 세계시장으로 나갈수 밖에 없는 한국기업으로서 몸집을 키우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수도 있다. 외국언론들이 한국을 두들기고 있는 동안 외국기업과 은행들은 자기몫 챙기기에 열중이다.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국채발행을 틈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문민정부 최대의 실책은 "과거와의 단절"에 있다. 과거는 싫든 좋든 우리가 계승하고 비판 발전시켜야 할 "역사적 짐"과 같은것이다. 현재 우리를 있게한 존립근거 자체를 부인하면서 발전을 바랄수는 없는 일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