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S&P와 무디스에 대한 인식

지난 14일 서울에 와서 16일까지 신용평가작업을 벌인 미국의 양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사와 S&P(Standard and Poors)사중 먼저 결과를 낸 S&P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S&P사는 지난 16일 한국의 11개 은행신용및 국가신용등급을 현수준으로 유지하되, 중장기전망을 신용등급이 내려갈수 있다는 "부정적"(negative)인입장에서 내려가거나 올라갈수 있다는 "유동적"(developing)인 평가로 변경했다. 물론 신용등급을 당장 올려 주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최근 3개월사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본드(위험도가 높은 저급채권)수준까지 급락시켜 국내외로 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던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곧바로 상향조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평판을 위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의 IMF 이행조건준수및 기업구조조정 노력 등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어 빠르면 이달중에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기대할수도 있을 것같다는 얘기다. 이번 국가신용등급 재조정작업은 우리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발행및 오는 21일 뉴욕에서 시작되는 외채구조조정 협상에서의 금리수준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물론 향후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차입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게 확실하다.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은 우리나 동남아시아 뿐만아니라 유럽계은행에 까지예외없이 미치고 있다. 무디스가 지난 15일 크레디리요네, 소시에테제네랄, 도이체방크 등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에 거액의 대출채권을 갖고 있는 프랑스및 독일은행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발표하자 이들 은행의 주가가 폭락한 것이 좋은 예다. 우리가 국제금융에 어두워 저지른 실수들중 대표적인 예가 이들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잘못된 대응이다. 즉 관존민비의 관행에 젖은 재경원이 외환-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IMF나 미국 재무부의 지원에만 매달린 나머지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을 소홀하게 취급해 신용등급의 대폭적인 하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들 신용평가기관들 역시 자신들의 영업을 위해 고객을 의식해야 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단기간에 우리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은 분명히 지나친 처사다. 어쨌든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은 엄연한 현실인데 소홀히 취급한 것은 큰 실수임에 분명하다. 뒤늦게 정부는 재정경제원 및 한국은행 실무자들이 이들을 상대하던 종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임창열 부총리겸 재경원장관과 이경식 한은총재 등은 물론 비상경제대책위원회까지 이들 조사단을 "칙사대접"하면서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을 정확히 인식하고 치밀한 준비아래 대응해야지 뒤늦게 호들갑을 떨며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보채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