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상호지급보증과 정리해고 .. 김한응 <금융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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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응 우리가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탈출해나가야 할 방향은 선진국 쪽이지 후진국 쪽은 아니다. 선진국 쪽으로 가는 길은 자유화 뿐이며 이 때문에 IMF측의 강력한 종용이 없어도 노동시장과 대기업 문제의 해법은 자유화에서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측에서 내놓은 방안은 만족할만 한 것이라 할 것이다. 먼저 정리해고제를 보면 이 제도는 기업에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가 불가피할때 이를 실천에 옮길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 제도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심한 것이나 이것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면에서 볼때 이 제도는 "공장자동화"에 비유될수 있다. 공장자동화는 근로자의 직장을 빼앗는 것으로 여겨져 산업혁명이후 줄곧 근로자들의 반대를 받아왔지만 직장수가 더늘어나고 근로자의 생활수준도 올라간 것은 이 때문이다. 정리해고제는 기업에 어려움을 헤쳐나갈수 있는 "수단의 선택폭"을 넓혀주는 것으로 결국 근로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모든 국민이 확실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재벌기업과 관련되어 제기되는 문제들도 자유화원칙에 의존하면 모두 쉽게 해결될수 있다는 점이 김 당선자와 재벌 총수들간의 합의에 반영된 점도 환영할 일이다. 이것은 자유화원칙을 두 이해집단에 똑같이 적용한다는 일관성과 공평성의 이점까지 있다. 이런 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상호지급보증제도는 금융을 자율화하고 금융기관에 확실한 "주인"만 찾아주면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수 있다.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의지만 확실히 있으면 이들은 대출금리 수준을 기업의 상환능력에 따라 결정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호지급보증이 상환능력을 개선해주지 못하는 한 대출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두 이해집단 사이의 깊은 골을 의식한 나머지 상호지급보증제도에 인위적인 제한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제외된 것도 잘된 일이다. 이러한 인위적 제한은 금융실명제처럼 자금흐름을 방해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벌들의 소위 문어발식 확장문제에 대해서도 시각을 고칠 필요가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 재벌의 원죄인 것처럼 비판되고 있으나 어떤 외국 경제지는 그 원인을 해고가 어려운데서,그리고 위험을 분산시켜야 하는 가족경영의 특성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유인들이 있었어도 그렇게 했을때 그 혜택이 재벌에만 국한되었다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은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행위가 오래 지속되었다는 것은 그러한 행위로 재벌은 물론 일반 소비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았음을 의미한다. 예를 든다면 재벌이 그들의 "이름"을 통해 확립한 "재벌" "신용"이라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이 믿을만한 상품을 사려면 여러 시장을 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이런 불편에 대해 소비자들이 상당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있었던 상황과 재벌기업들의 영업방향이 맞아 떨어져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보면 정리해고제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위험을 분산시키려 했지만 미국처럼 금융산업이 충분히 발달하여 위험분산 노력을 대신해줄수 있게 되면 재벌기업들은 영업상 업종전문화로 자세를 바꾸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주어진 여건아래서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속성이 있는 것이며 재벌기업이 이점에서는 더 철저하다고 생각된다. 정부 관료나 유력한 정치인과 적당히 연결되면 그 몇배 이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절약될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고지식하게 은행에 가서 높은 금리를 지불하기를 바랄수는 없을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이들은 변신하게 되어 있다. 예컨대 자유경쟁이 촉진되면 수익이 좋은 계열기업이 수익이 나쁜 계열기업을 보조하는 행위로서는 살아남을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M&A가 자유로워지면 능력없는 재벌 2세는 조만간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화"로 특징지어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기업형태가 좋은지는 누구도 모른다. 이런 문제를 정부가 기업보다도 더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업종전문화니,가이드라인이니 하는 형태로 이런저런 규제를 새로 내놓는 것은 그 자체가 구태의연한 규제적 발상으로서 재벌기업들의 변신만 어렵게 할 뿐이다. 지금과 같이 자유화가 세계를 풍미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주회사제도의 허용 등 그들이 변신할수 있는 범위를 넓혀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주회사제도로 경제력집중이 우려된다면 국내시장을 더 개방하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이 자유화원칙에 더 어울린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