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진통

고통분담을 위한 경제주체들의 공동선언이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19일 당초 발표하기로 했던 공동합의문 작성에 실패,20일 절충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본의제 10개항에는 합의했으나 선언문 내용에 정리해고문제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노동계와의 이견으로 합의점을 찾지못했다고 한다.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순탄하게 진행되리라고 예상친 않았지만 구체적 방법이나 수단에서의 이견이 아닌 고통을 분담하려는 원칙론마저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한 상황에서 무척 안타까운 심정이다. 더구나 우리는 21일 뉴욕에서 주요채권금융단과 외채상환연장협상을 갖도록 돼있다. 또 그들은 정리해고제 도입을 포함한 우리의 노동시장 유연성확보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따라서 난항을 거듭하는 노사정위원회의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다. 물론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아직도 외채위기상황에 대해 일부에서는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벼랑끝에 몰린 국가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내자는 결연한 자세로 발족됐다. 그만큼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 그런 점에서 만약 대타협이 이뤄지지 못하고 일이 잘못될 경우 국민 모두가 패배자가되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 정리해고제도입의 불가피성은 이미 누차 강조된바 있다. 따라서 제도의 도입여부로 줄다리기를 하기보다는 도입이후 무분별한 실업증가를 막고 불가피하게 늘어날 실업자보호대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에 논의의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사실 이번 고통분담을 위한 합의는 누가 이득을 더 보고 손해를 덜 볼 것인가에 관한 흥정이 아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손해를 볼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의 논의과정을 지켜 보면 그런 흥정이 이뤄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기업들도 구체적인 세부실천계획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도 좀더 선후 완급을 가려 원만한 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사.정 3자는 보다 냉철한 자세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고통분담을 실현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어느쪽도 상대방의 양보만을 기대하거나 우리만은 손해볼수 없다는 이기주의로는 이 난관을 극복할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외국금융기관과 해외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정리해고제의 도입도 그런 차원에서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하고 원칙의 수용만이 아니라 현재 개회중인 임시국회에서 법제화되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